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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야구 연습장이 제법 복닥거렸다. 세 타석 소리는 저마다, 그때그때 다르다. 깡, 퍽, 빡, 쾅, 딱, 짝. 방망이도 정확도도 제각각이라 그럴밖에. 쉴 새 없이 공을 때려대니 시끄러울 법도 하건만 아무렇지 않다. 으레 나는 소리니까. 젊은이 서넛이 대기실에 둘러앉아 왁자지껄하다. 소음(騷音)이 따로 있었군. 데시벨로 치면 타격 소리만 하랴만, 희한하게 정신 사납다. 조심스레 얘기해 볼까. 이런 데서 무슨. 어째야 옳을까 궁리하느라 공은 치는 둥 마는 둥….

'한국말이 들리는 대목에서 일본어 자막을 일절 제공하지 않는다.' 자막 없이 한국어 대사를 내보내는 드라마를 일본에서 방송해 화제라는 기사도 궁리할 거리를 안긴다. '제공(提供)'은 어울리는 표현인가? 사전이 도와주겠지. '무엇을 내주거나 갖다 바침' '가지거나 누리도록 주는 것' '바치어 이바지함' '갖다 줌. 내놓음'…. 물질적인 것을 두고 하는 행위라는 말맛이 진해 '자막'도 해당하겠지만 '주거나 바침'이라는 말뜻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막을 띄운다/보여준다' 하면 안성맞춤일 텐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신문' '진화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 그는'…. 대상이 추상적이긴 하지만, '준다, 이바지한다'는 개념과 어울려 자연스레 쓰는 표현이다. 다만 '정보를 알려주는/보여주는' '실마리를 찾아낸'으로 쓰면 더 낫겠다.

'잠에 대해 입체적 이해를 제공해' '산불 원인을 제공한 그를' '개인 인연도 집필 동기를 제공했는데'…. 아무 데나 제공을 갖다 붙여서야, 대체 무슨 말인가. '잠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산불 원인을 일으킨' '집필 동기가 됐는데'와 견주어 보자.

운동이랍시고 마치니 출출해 햄버거 가게에 갔다. 어럽쇼, 분위기가 비슷하네. 아이들이 초등생쯤 됐을 네댓이 자리를 잔뜩 벌이고 떠든다. 주문 기계 앞에서 또 궁리했다. 저들을 잠재울 용기도 재간도 없는데, 그렇다면 포장. 식어버린 햄버거 씹으며 마음을 식혔다. 집이 최고야.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00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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