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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뛰어넘을 역도 새 희망

쫙 벌어진 어깨. 반복된 허리 운동으로 단련한 탄탄한 근육. 어릴 때부터 '차세대 장미란'이란 말을 듣던 소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짜 역사(力士)가 됐다. 새로운 여자 역도 역사(歷史)에 도전하는 박혜정(21·고양시청)이 그 주인공이다.

박혜정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87㎏ 이상급(최중량급)에서 한국 여자 역도 최초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장미란(41) 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후 1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24 아시아역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서도 '금빛 바벨'을 꿈꾼다. 건장한 성인 남성 무게(82㎏)는 몸풀기로 가볍게 드는 그를 지난 15일 서울 중구 SKT 타워에서 만났다. SKT는 박혜정을 2022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박혜정은 "역도를 운명적으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튜브를 보다가 장미란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동영상을 봤다. "자신과 싸움에서 승리하며 관중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받는 그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이거다' 싶어 곧바로 안산시체육회에 직접 찾아가 '역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축구를 즐겨 하던 아버지와 육상·투포환 선수 출신 어머니 덕에 타고난 운동 실력과 힘은 자신 있었다. 그는 경기 안산 선부중 3학년 시절 합계 255㎏(인상 108㎏, 용상 147㎏)을 들어 올려 장미란이 고2 때 세운 기록(235㎏)을 훌쩍 뛰어넘었다. 장미란이 고3 때 작성한 기록(260㎏)은 고교 입학 후 처음 치른 대회(267㎏)에서 제쳤다. '제2의 장미란'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분들이 '어, 제2의 장미란'이라며 알아봐 주시면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조금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혜정은 2022년 4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곧바로 우승하며 태극 마크를 달았다. 이후 작년 1월 고양시청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성인부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고양시청 선수들은 '장미란 체육관'에서 훈련한다.

박혜정은 현재 아시아에서 최강자다. 하지만 방심할 순 없다. 박혜정이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및 올해 아시아역도선수권에서 연거푸 우승한 배경엔 리원원(24·중국)의 불참이 있다. 리원원은 3부문 세계기록(인상 148㎏, 용상 187㎏, 합계 335㎏)을 보유한 현역 1인자.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부상한 이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박혜정은 "파리 올림픽에서 결국 리원원과 붙을 것"이라는 각오로 매일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젠 국가대표 진천 선수촌에서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크런치, 힐 터치, 수퍼맨 자세, 사이클 등 준비운동을 거쳐 하루에 많게는 4000㎏씩 들며 땀을 흘린다. "1주일 동안 제가 한 번은 9만㎏을 들어 코치님도 '그만하라'고 말리셨을 정도였어요." 박혜정은 4월 태국 월드컵 대회에서 최종 점검전을 치르고 파리로 향한다.

[그래픽] '제2의 장미란' 여자 역도 박혜정 기고자 :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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