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경북도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

'초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책을 마련해 온 경상북도가 '돌봄'과 '주거'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파격 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경북 곳곳에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아이를 봐주고 밥도 챙겨주는 '우리 동네 돌봄 마을'이 생긴다. 또 산업 단지에는 아이를 맡기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대형 돌봄 센터'도 짓는다.

경북도는 20일 이런 내용의 'K-저출생 극복 기본 구상'을 발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18일 신년 업무 보고 때 전체 직원과 전문가 300명을 불러 '저출생 극복 끝장 토론'을 벌였다. "북핵보다 무서운 게 저출생"이라면서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여기서 나온 대책들 가운데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것으로 '핵심 과제 10개'를 정한 것이다. 경북은 주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전국에서 소멸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이다.

경북은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 동네 돌봄 마을'을 구축한다. 아파트 단지나 마을 안에서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온종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돌봄 센터'를 만든다. 예컨대, 아파트 단지 안에 센터를 짓고 보육 교사, 자원봉사자, 대학교 실습생 등을 배치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농촌에선 경로당이나 마을 회관, 주민 자치 센터를 활용한다. 센터에선 간식이나 저녁 밥도 무료로 챙겨준다. 교사 인건비 등은 모두 경북도가 댄다. 학부모나 조부모도 보조 교육 교사로 활동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예전엔 부모가 일하느라 늦어도 마을 어르신들이 애들을 돌봐주지 않았나. 핵가족 사회인 지금, 지자체가 나서서 마을 돌봄 공동체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동네 돌봄 마을'은 먼저 경산, 구미, 안동, 포항 등 대도시에서 시작하고, 군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미, 포항 등 산업 단지에는 '대형 돌봄 센터' 빌딩을 짓기로 했다. 산단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아이를 센터에 맡기고 퇴근할 때 데려갈 수 있다. 저층은 유아들이 이용하고, 위층은 초3 이상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나 대학생 그룹 과외를 받는 교육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현재 학교 돌봄교실은 초등학교에만 있는데, 새로운 산단 돌봄 센터는 중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다.

학교마다 '순환 셔틀버스'도 투입한다. 방과 후에 아이들을 집이나 학원, 돌봄 센터 등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버스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과 시간을 분석해서 시간대별로 노선을 정해 운영한다고 한다. 대형 학교 위주로 먼저 배치한다.

기업에서 '육아기 단축 근무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게 도가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단축 근무로 줄어드는 근로자의 급여 감소분을 지자체가 대신 지원하는 방안이다. 예산 문제로 대상은 일단 초1~2 자녀를 둔 중소기업 직원들로 한정하기로 했다. 육아기 단축 근무 제도를 많이 이용하는 기업에는 대출 이자 감면,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검토한다.

경북도부터 직원들이 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공무원 아빠에게 출산 의무 휴가 10일에 경북도지사 특별 휴가 5일을 더해주고, 재택근무 5일도 허용한다.

신혼·자녀 양육 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자녀를 한 명 출산할 때마다 주담대·전세 자금 대출 이자도 감면해준다. 공공 행복 주택도 공급한다. 올해는 756개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경북도는 내년까지 2년간 1조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추경으로 3000억원을 확보했지만, 나머지는 기부금이나 국고 보조금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픽] 경북도 '저출생과의 전쟁' 비상 대책 기고자 : 최은경 기자
본문자수 : 135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