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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고려인 2세 강나타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는 그게 로켓인지 미사일인지 뭔지는 몰라요. 그저 쿵쿵 소리만 들릴 뿐이죠. 매일 지하실에서 지내다가 식량을 구하러 나오면 이웃 집 누가 강간당했다더라, 누가 약탈당했다더라 하는 소식이 들려왔죠. 10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져 내린 모습도 봐야 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고 넉 달 이 지난 2022년 6월 정든 집을 떠나 한국행을 택한 강나타샤(69·사진)씨는 아직까지도 전쟁의 모습을 생각하면 온몸이 떨려온다고 했다. 15일 경기도 안산시 고려인 문화센터에서 만난 강씨는 "댐이 무너져서 먹을 물, 씻을 물을 모두 사야 할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마음먹었지만, (러시아군) 헬리콥터가 문을 열고 있고 거기 탄 군인이 나를 총으로 조준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소름이 돋았다"며 한국행 결심 이유를 밝혔다.

강씨는 고려인 2세다. 스탈린의 명령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고려인 아버지·어머니의 거주지였던 카자흐스탄(당시 소련)에서 태어나 불가리아와 러시아 등지에서 살다가 1985년 결혼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정착했다. 아버지 어머니는 한국어가 유창했고, 본인도 어릴 적부터 먹었던 된장·김치찌개는 물론이고 순대·술빵까지 자녀들에게 해줄 정도로 한국 혈통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다.

이미 1년 7개월을 한국에 있는 그의 가장 큰 걱정은 우크라이나에 홀로 남겨놓고 온 장남이다. 강씨의 아들은 언제 폭격이 떨어질지 모르는 마당 텃밭에서 채소나 식료품을 키우고 그걸 팔아서 겨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강씨는 "그렇게 힘들게 생존해나가고 있는 아들이지만 내가 이곳 생활이 경제적으로 힘들어 우크라이나로 다시 가고 싶다고 하니 버럭 화를 내면서 500달러를 부쳐줬다"고 말했다. 기고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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