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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여파, 다세대·연립 기피… 서민·청년층 살 집은 갈수록 부족

지난해 인허가를 받은 신규 주택 10가구 중 9가구가 아파트(건축법상 5층 이상 공동주택)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지어지는 주택의 약 90%를 아파트가 차지하는 '아파트 공화국'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전세 사기의 충격으로 다세대·연립 등 다른 유형 주택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비싼 아파트에 쏠리면서 서민 주거 불안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 38만8891가구 중 아파트는 34만2291가구로 8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단독주택(다가구 포함) 인허가 비율은 8.2%, 다세대·연립은 3.8%였다.

불과 10년 전인 2013년만 해도 신규 주택 가운데 아파트 비율은 63.3%였지만, 2017년(71.6%) 처음 70%대를 넘어섰고, 5년 만인 2022년 82.0%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88%로 1년 사이에 6%포인트 뛰었다. '아파트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한 나라에서 새로 지어지는 주택의 90%가 똑같은 아파트 형태라는 것은 외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지어진 국내 주택 1915만가구(2022년 기준) 중 아파트는 1227만가구로 64.1%를 차지한다. 2010년에는 이 비율이 57.7%였다.

주택 공급이 지나치게 주거 비용이 비싼 아파트 위주로 이뤄지면서, 서민이나 청년층이 거주할 수 있는 비(非)아파트 주택은 부족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통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은 임대사업자들이 싼값에 지어 비교적 낮은 월세를 받고 임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종부세 혜택 등이 사라지면서 빌라 등의 공급이 크게 줄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오피스텔에 거주하려는 사람까지 감소하고 있다.

정부도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을 위해 내년 연말까지 신규로 건설되는 빌라·오피스텔을 취득하면 세금 부과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은 "임대사업자 혜택과 지원을 늘려, 서민용 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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