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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 칠리(Cincinnati Chili)'는 1920년대 그리스 이민자들이 개발한 음식이다. 삶은 스파게티 국수를 접시에 담고 간 소고기와 지중해식 향신료가 첨가된 칠리소스를 부은 후, 채 친 체더치즈를 듬뿍 얹어 완성한다. 취향에 따라 다진 양파나 삶은 콩을 추가할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모순적인 파스타"라는 표현도 있지만, 싫어할 수 없는 재료의 조합이 만드는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가 높다. 2013년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에서 "미국의 20개 아이콘 음식"으로 소개할 만큼 독특한 지역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늘날 신시내티 주변에만 250여 곳의 칠리 전문점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일 년 평균 91만 킬로의 칠리와 39만 킬로의 치즈 토핑을 먹는다. 중독성도 엄청나다. 보기 드물게 미국에서 햄버거보다 다른 음식이 더 많이 팔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유명한 브랜드로는 그리스 이민자 니컬러스(Nicholas Lambrinides)가 1949년 신시내티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감명을 받아 이름을 지었다는 '스카이라인 칠리', 2000년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를 받은 '캠프 워싱턴 칠리' 등이 있다.

2000년, TV에서 MLB 야구 선수 켄 그리피 주니어(Ken Griffey Jr.)가 신시내티 레즈(Reds)로 입단하는 뉴스를 봤다. 레즈에서 오랜 선수 생활을 했던 아버지 켄 그리피 시니어를 따라다니며 어린 시절 클럽하우스에서 자주 놀았던 그는 인터뷰에서 "신시내티의 칠리를 많이 그리워했다"고 했다. 오늘날 신시내티를 연고로 하는 미식축구팀 벵골스(Bengals)와 야구팀 레즈의 '공식 칠리'이기도 하다.

오하이오에 살던 시절, 한국에서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매번 이 음식을 소개했다. 예외 없이 모두 맛있다고 감탄했다. 아직까지는 재료 관리 등을 이유로 일정 거리 내에서만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방침 때문에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22년 워싱턴포스트가 "전국적인 무대가 필요한 지역 음식"이라고 언급한 만큼 한국에서도 곧 맛볼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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