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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재판 지체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관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 기준을 바꾸고 법관 수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모두 국회 입법을 통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체 해소를 위해 사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은 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법관 증원뿐 아니라 법관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는가도 중요하다"고 했다. 일선 법원장들에게 장기 미제 사건 재판을 맡게 하는 등의 조치를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법원은 최소 5년 이상 법조 경력을 쌓은 검사나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뽑고 있다. 이런 법관 임용은 2013년 시작됐다. 사법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 위주로 법관을 뽑는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연륜을 갖춘 법관을 뽑아 사법부 신뢰를 높이자는 취지다. 법관 임용 법조 경력은 3년, 5년으로 점차 늘었고 내년 7년, 2029년 10년이 된다. 하지만 법조 경력이 길어질수록 로펌 등에 자리 잡고 높은 연봉을 받는 유능한 변호사들이 법원에 오기 힘들고, 법관 평균 연령이 고령화돼 재판 지체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법관 임용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나왔는데 2021년 국회에서 부결됐다. 당시 판사 출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변호사 시험 성적 우수자를 재판연구원(임기 최대 3년)으로 선발하고, 대형 로펌들이 판사 임용이 예정된 이들을 2년 정도 채용해 관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은 "벨기에처럼 담당 업무에 따라 (합의부) 배석 판사는 3년, 단독 판사는 7년, 합의부 재판장은 10년 등으로 경력 기준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석 판사 업무의 70%가 판결문 작성인데, 법원에 빨리 들어와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또 "법관 증원이 절실하다"며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법관 정원은 2015년부터 9년째 3214명인데, 현원은 3109명이다. 퇴직자가 없으면 올해 10월 법관 선발 가능 인원은 105명에 그친다. 법원은 최근 4년간 매년 120명 이상의 신임 법관을 뽑았다. 법관 정원을 3584명으로 늘리는 '판사 정원법' 개정안은 2022년 12월 국회에 제출돼 지금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머물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실력 있는 중견 법관들이 법원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수와 해외 연수 기회를 늘리고, 안식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관 증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한 법조인은 "법관 수가 2017년 2955명에서 작년까지 200명 가까이 늘었는데도 같은 기간 판사 1인당 업무 부담은 14%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법부가 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기고자 :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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