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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역사… ＂보안 강화해 유지＂

프랑스 파리의 관광 명소인 센강 변 노천 서점들이 오는 7월 파리 하계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철거 위기에 처했다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직권으로 자리를 지키게 됐다.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은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내무부 장관과 파리 경시청에 센강 일대의 모든 서점을 보존하고 그 누구도 강제로 이주하지 않도록 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부키니스트(bouquinistes·중고 서적상)'라고 불리는 센강 일대 노천 서점 900여 곳은 중고 서적과 골동품을 파는 녹색 가판대다. 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키니스트는 2019년 프랑스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파리의 오랜 명소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파리 경시청이 33회 파리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17일 동안 가판대 중 3분의 2를 철거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시 당국이 철거 조치에 나선 이유는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개막식을 경기 시설이 아닌 센강 변에서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센강 위로 보트를 탄 선수단을 입장시키는 등, 야외 개막식을 개최하겠다고 했다. 이에 시 당국은 부키니스트 가판대 가운데 개막식에 지장을 줄 수 있는 500여 곳을 철거하고 센강 변 이외의 공간으로 이전하라고 했다. 노천 서점들이 관람객들의 시야를 가리고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를 댔다. 노천 서점들의 가판대가 폭발물 테러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유대인과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는 파리는 크고 작은 테러 위협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런 가운데 개막식이 열리는 센강 변에 대규모 인원이 몰릴 경우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서점 운영자들은 "우리는 파리의 상징"이라며 이전 계획에 반발했다.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제롬 칼레 파리 서점문화협회 회장은 "에펠탑이 너무 높아서 개막식 행사 중 에펠탑의 2층과 3층이 카메라 범위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탑을 제거해야 한다는 결정과도 같다. 우리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다. 과거 파리에서 열린 국제 대회는 개막식이 경기 시설에서 열렸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없었다. 지난 2019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의 경우, 개막식이 경기 시설인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렸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천 서점들을 그대로 두되 개막식이 열리는 센강 일대의 보안 조치를 강화하라고 당부했다고 엘리제궁은 전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잠재적 테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개막식 수용 인원을 당초 계획인 60만명에서 절반인 30만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기고자 : 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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