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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양형 상한 넘는 중형 선고

재벌 3세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전청조(28)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작년 10월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43)씨와 결혼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전씨의 각종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전씨가 주민등록상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병철)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양형 기준 상한인 징역 10년 6개월을 넘어서는 형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이날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의 작품 '형제'를 언급하며 판결을 시작했다. 재판부는 "소설엔 남자 주인공 한 명이 가슴을 넣었다 뺐다 하는 장면이 있다"며 "가슴은 물론 성별까지 왔다 갔다 하는 막장 현실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인간의 탐욕, 물욕을 경계하는 반면교사가 되면 좋겠다는 씁쓸한 소회가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전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작년 10월까지 강연을 하며 알게 된 27명에게 30억7800만원을 가로챘다. 전씨는 파라다이스 그룹의 숨은 후계자, 미국 나스닥 상장사 대주주로 행세하며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범행에 쓸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남성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혐의도 받았다. 전씨는 성전환 수술을 받았지만, 주민등록상 여성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 전청조는 수많은 사기 범행으로 징역을 살고 나오자마자 반성은커녕 더 많은 돈을 편취하기 위해 특정 유명인에게 접근해 거대한 사기 범행을 기획했다"며 "피해액이 30여 억원에 달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피해액을 변제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결혼 상대였던 남현희씨 관련 전씨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씨는 재판 중 유명인(남씨)과 관련해 본인이 명백하게 했던 말임에도 부인하면서 그 뜻을 뒤집으려고 노력했다"며 "남씨를 사랑했고 범행을 반성한다는 피고인의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럽고 공허하게만 들린다"고 했다. 전씨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다가 형이 선고되자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래픽] 재판부가 인정한 전청조 주요 혐의 기고자 :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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