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김현철 홍콩과기대 교수, 가사도우미 경제학

    방현철 경제부 차장·경제학 박사

    발행일 : 2024.02.13 / 여론/독자 A30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90년대 홍콩 워킹맘(대졸 이상) 25%p 급증… '기적' 뒤엔 외국인 가사도우미 있었다

    이르면 다음 달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100명이 서울에 들어온다. 당초 작년 12월 시작할 예정이었던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 근로자 시범 사업 일정이 다소 늦춰졌기 때문이다. 저출생 대책 중 하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첫발을 떼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과연 출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두고는 논쟁이 많다. 돌봄·건강·교육 등을 경제학적 통계 방법을 활용해 연구하고 있는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를 최근 만나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효과에 대한 경제학계의 연구 성과를 물어봤다. 김 교수는 홍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150여 명의 자료를 만들어 연구도 하고 있고, 실제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집에서 쓰고 있다.

    ―가사도우미에 대해 어떤 연구를 하나.

    "가사도우미 송출국 중 필리핀, 수용국 중 홍콩을 뽑아, 이 두 곳 사이에 가사도우미로 이주한 사람들의 삶을 추적 조사하고 있다. 홍콩에 온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은 주 6일, 하루 14시간 일하면서 월 100만원 정도를 번다. 50% 이상이 대졸 이상이다. 이들의 최저임금은 월 4730홍콩달러(약 80만원)다. 그런데도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홍콩, 싱가포르는 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제도화했나.

    "홍콩, 싱가포르는 1970년대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노동력이 모자라자 여성의 노동 참여를 독려하려고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만들었다. 당시 홍콩은 출산율이 2명은 되던 때라 저출생 대책이 아니라 여성 고용 증대 정책으로 나왔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여성 고용 늘린다

    ―여성 고용을 늘렸는지 연구가 있나.

    "많은 경제학 논문이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여성 고용을 늘리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보고했다. 특히 노동경제학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노동경제학저널'에 2013년 싱가포르의 유명 여성 경제학자 제시카 팬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와 퍼트리샤 코르테스 보스턴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그 효과를 분명하게 분석해 냈다."

    ―논문은 어떤 내용인가.

    "홍콩에서 1974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 후 5세 미만 아이를 가진 엄마와 6~17세 자녀를 둔 엄마의 노동시장 참여율 추이를 비교 분석했다. 둘은 가사도우미가 필요한 경우는 주로 5세 미만 아이를 둔 가정이란 점에 착안했다. 처음엔 5세 미만 아이를 둔 엄마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6~17세 자녀가 있는 경우보다 15%포인트 넘게 낮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대중화된 1990년대 들어 차이가 사라졌다. 특히 대졸 이상 여성만 보면 노동시장 참여율이 평균 25%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대졸 여성이 평균적으로 50% 일했다면, 지금은 75%가 일하게 됐다는 뜻이다. 나는 이제까지 대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25%포인트 올린 정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홍콩에서 소위 '경단녀'라고 불리는 경력 단절 여성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효과가 날 때까지 20여 년이 걸렸는데.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도입 초기인 1981년쯤 25~54세 기혼 여성의 평균 임금이 5300홍콩달러였는데,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은 이의 4분의 3인 4000홍콩달러였다. 그런데 1990년대 중·후반 홍콩에서 여성 임금이 빠르게 올랐다. 가사도우미는 거의 그대로였다. 그 결과 가사도우미 임금이 여성 임금의 30~40%로 떨어졌을 때, 수요가 크게 늘고 여성 고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출산율제고, 긍정적이나분명하진않아

    ―그런데 그 사이 홍콩 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졌다. 출산엔 역효과 아닐까.

    "출산율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건 쉽지 않다. 비슷한 집단을 비교해야 효과를 알 수 있는데, 출산 나이와 조건이 워낙 사람마다 달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여성이 사회 진출을 하면 출산을 좀 덜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완벽하게 증명되진 않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출산을 늘린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는 정도의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홍콩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였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마저 없었으면 더 떨어졌을 것 아닌가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아이 돌봄 효과만 있는 건 아닐 것 같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아이 보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사실 가장 시급히 필요한 곳은 노인 간병 분야다. 최근 한국에선 요양 병원에서 간병인을 못 구해 난리다. 2007년 오스트리아는 간병 시장을 확 개방해 동유럽에서 건너온 간병인이 1만명에서 2012년 4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은 자영업자 형태로 일했는데, 간병 분야 내국인 연평균 소득 2만유로보다 낮은 8000유로 정도를 벌었다. 작년 노동경제학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는 이들이 부모가 아팠을 때 성인 자녀가 직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은 어떻게 될까.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홍콩인의 3분의 1쯤 되는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서울에서 진행될 시범 사업엔 월 200만원쯤인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홍콩은 가사도우미 임금이 여성 임금의 30~40% 됐을 때 확 늘었는데, 그렇다면 국내에선 최저임금의 3배 정도인 월소득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이어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중위 소득 여성의 평균 임금이 월 320만원쯤이니 부담이 크다. 물론 현재 국내 가사도우미가 월 350만~450만원을 받는 것보다는 낮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인 워킹맘의 가사와 육아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높아 보인다."

    ―해법은 없을까.

    "근본적인 해법으로 최저임금을 직역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 가사도우미를 최저임금 예외 적용을 받는 가사사용인으로 보는 것도 따져 봐야 한다. 일정 소득 수준 이하 가정이 국내 가사도우미를 채용할 때 보조금을 주는 현행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맞벌이가 좋다고 가정한 건 아닌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자는 건 이들을 강제로 쓰라는 게 아니다. 선택지를 하나 더 주자는 것이다. 여성이 워킹맘이냐 전업주부냐를 본인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을 때 경제적 후생이 더 좋아질 것이다."

    [그래픽] 홍콩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 추이

    마닐라서 아이 맡기고 산책하며 "몇 년 만이냐" 감격

    김현철 교수가 경험한 가사도우미

    김현철 홍콩과기대 교수는 미국 코넬대 교수로 있다가 홍콩과기대 교수로 옮기게 된 이유 중 하나로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들고 있다. 왜 그런지도 들어봤다.

    ―언제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처음 접했나.

    "미국 코넬대 교수를 하던 중 안식년을 맞아 필리핀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일하면서 처음 접했다. 당시 비용은 1인당 월 20만원이었다. 미국서 첫째를 어린이집 보내는 비용만 한 달 250만원이었는데, 육아 비용 부담이 확 준다는 걸 체감했다. 그뿐 아니다. 아이를 맡기고 부부가 동네를 산책하다 시원한 음료를 한잔하면서 '이게 몇 년 만이냐'며 감격했던 일이 생각난다. 아내는 박사 학위 논문의 대부분을 필리핀에서 쓸 수 있었다."

    ―왜 홍콩을 선택하게 됐나.

    "그러던 중 둘째 임신을 알게 됐다.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아이 둘이면 어린이집 비용만 한 달에 500만원이 되기 때문이다. 아내 학업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했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려고 저렴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있는 홍콩,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직장을 물색했다. 두 곳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이 있기도 했다. 결국 좋은 조건을 제시한 홍콩과기대를 선택했다."

    ―홍콩에서 체험한 가사도우미는.

    "월 100만원 정도 들었다. 최저임금은 월 80만원쯤이지만, 식대로 추가 20만원을 부담했다. 또 의료보험료, 연 1회 항공료 등도 부담했다. 그리고 적정한 주거 공간도 제공해야 했다. 대신 우리 부부는 교수로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다."

    ☞김현철 교수는

    연세대 의대 졸업 후 의사로 일하다 연세대 경제학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넬대 정책학과 교수로 있다가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로 옮겼다.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을 냈다.

    ☞최저임금

    고용주가 법상 근로자에게 줘야 하는 최소한의 임금이다. 국내에선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정한다. 올해는 시간당 9860원으로 고시됐다. 주 40시간 근무, 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206만740원이다.
    기고자 : 방현철 경제부 차장·경제학 박사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440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