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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만 순수한가, 당신이 믿는 세계만 진짜인가

    이영관 기자

    발행일 : 2024.02.13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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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 소설집 '신앙' 출간한 日 소설가 무라타 사야카

    당신이 딛고 있는 현실은 진짜인가. 일본 소설가 무라타 사야카(45)의 신작 소설집 '신앙'(은행나무)은 이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충격요법이다. '무언가를 깊이 믿는 사람, 믿고 있던 세계의 붕괴'라는 테마로 단편소설 6개와 에세이 2개를 묶었다. 아쿠타가와상(2016)을 받고 일본에서만 100만부 넘게 팔린 소설 '편의점 인간'처럼 이질적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의 시선으로 빚은 작품들이다.

    표제작은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 돈을 벌려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 '진짜'와 '가짜'를 섣불리 재단하고, 타인이 믿는 현실을 존중하지 않는 세태를 비판한다. 인간을 복제한 클론('쓰지 않은 소설'), 인류 멸망 이후의 전시회('마지막 전시회') 등 SF 요소가 짙은 단편들도 단절되고 불신이 팽배한 지금의 현실을 바라보게 만든다. 스위스 취리히에 6개월 동안 머물며 작품 활동에 매진 중인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거나, 사기를 당해본 경험이 소설에 반영됐나.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사이비 종교 사기로 친구를 잃은 경험이 몇 번 있었다. 누군가의 신앙을 뒤에서 비웃거나 소문내는 사람이 있는 한편, 정작 제 눈앞의 신앙하는 인물은 언제나 간절하고 순수하며 행복해 보였다는 것을 잊을 수 없다. 거듭 빚을 짊어지는 상황에서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분도 있었다. 아마 저에게도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믿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휘청거리는 상태로 '신앙'을 써나갔다."

    ―표제작은 개개인의 신앙이 타인의 것과 공존하지 못하는 사회를 그린다.

    "수많은 '신앙'이 통제되고 교육되는 사회에 어렸을 때부터 두려움을 갖고 있다. 저는 인생에서 몇 번씩이나 여러 형태로 세뇌당해 왔다. 어른이나 사회나 경제의 관점에서 편리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세뇌된 신앙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항상 매우 어렵다. 본인조차 신앙을 지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될까 봐 무섭다. 개인이 사회를 잃고 사회를 잊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 아닐까."

    작가는 에세이에서 인간을 쉽게 규정짓는 현실을 크게 비판했다. 그에겐 '크레이지(미친) 사야카'란 별명이 있다. 독특한 매력을 지녔단 뜻. 어른들이 적당한 수준의 다양성을 '개성'으로 포장하는 것이 싫었던 그였지만, 이 별명만큼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듯해서 좋아했다. 그러나 작가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이들의 편지를 받고, 마음을 달리 먹었다. '별종' 캐릭터가 방송 등에서 비웃음당하는 게 고통스럽다는 내용. 그는 "'다양성'이라는 말로 자신을 속이고 나와 마찬가지로 '이상함'을 죽이며 살아가는 사람을 깊이 상처 입히고 말았다"고 썼다. 이런 깨달음처럼, 단편들은 가치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보편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드는 개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일상적으로 지닌 신앙이나 신념이 있다면.

    "어린 시절 이곳저곳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던 탓에 말의 세계는 저에게 유일한 기도의 장소가 되어, 마치 교회와 같은 의미를 갖게 됐다."

    ―단편들이 생존, 출산 등 현실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현실 속 작가의 고민은.

    "고민할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은 사람이 안고 있는 언어화되지 않은 아픔에 대해서 고민한다.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여유가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의 친구들이 제 주위에 많이 있다. 사회에 대해 고민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모종의 특권이 아닐까, 그런 이야기를 친구와 나눈 적이 있다. 지금의 제게 보이지 않는 광경을 더 깊이 파고들어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고민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는 '편의점 인간'을 계기로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알려졌지만, 데뷔한 지 21년이 지났다. 2003년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16년 아쿠타가와상을 받을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을 썼다는 것으로 화제가 됐다. 이제 편의점을 관두고 전업 작가로 일한다. "사실 편의점 근무는 계속하고 싶었지만, 조금 위험한 일이 생겨서 계속할 수 없게 됐다. 편의점 근무와 병행하며 글을 쓰는 리듬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고생했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소설 쓰기를 수조 채우는 일에 비유한 적이 있다. 수조 안에 인물과 무대 등을 담으면 어느 순간 작가의 손을 벗어나 인물이 마음대로 움직인다고 했다.

    "저 자신이 무척 평범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저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신념이 있다고 한다면 소설 속에 놓여 있는 칼을 스스로 겨눈다는 것이다. 저한테 편리하고 좋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칼에 찔리더라도 소설이 존재하고 싶어 하는 형태를 성실하게 따르려 한다. 그래서 인물의 모습과 설정을 수조에 넣어가며, 무언가가 자동으로 벌어지기 시작하면 그것을 정확하게 적어 두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데뷔 초와 비교할 때, 글쓰기의 의미가 달라졌나.

    "어린 시절부터 거의 변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제가 보존하고자 했던 현실이 말의 힘에 의해 더 이상 제 손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변모함을 뜻한다. 언어의 힘을 빌리면 늘 예상치 못한 곳으로 끌려간다."

    ☞무라타 사야카(村田 沙耶香)

    일본의 소설가. 2003년 '수유(授乳)'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6년 '편의점 인간'으로 일본 최고 권위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편의점 인간'은 20여 년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을 쓴 작가의 경험이 투영된 소설이다. 30여 언어로 출간되며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이를 포함해 '지구별 인간' '멀리 갈 수 있는 배' 등 작품 다수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단편 '신앙'으로 2020년 미국 셜리잭슨상 단편소설 부문 후보에 올랐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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