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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너] 가로막힌 홍해 물길… 속터지는 자영업자

    김병권 기자

    발행일 : 2024.02.13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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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멘 후티 반군 공격에 홍해 막혀
    미국산 맥주 등 수입품 입고 지연

    서울 강남구에서 수입 맥주 가게를 운영하는 양모(44)씨는 미국 보스턴에서 생산되는 수제 맥주를 작년 12월 주문했지만 물건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한 달이면 수입되지만, '홍해 물류 대란'의 영향을 받았다. 양씨는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홍해가 가로막힌 탓에 물량이 2월 중순에나 들어올 것 같다고 알림을 받았다"며 "단골 8명이 따로 '입고되면 문자로 알려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맥주인데, 입고가 지연돼 곤란하다"고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사이의 바다인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배가 거쳐 가는 곳이다. 유럽에서 출발한 배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뒤 홍해를 지나 인도양으로 간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가는데, 이곳이 가로막히는 바람에 국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발 화물은 파나마 운하를 이용할 수 있지만, 파나마 운하 역시 가뭄으로 이용이 어렵다.

    주요 해운사들은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 '희망봉'으로 배를 우회시키고 있다. 운송 기간이 기존 대비 평균 14일 정도 늘어났고, 물류비도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후티 반군의 공격이 시작된 작년 11월 이후로 두 배 이상 치솟아 2일 기준 2217.73을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은 수입품 가격 인상을 고심 중이라고 한다. 유럽 지역 와인을 판매하는 와인 유통사 사장 이모(63)씨는 "홍해를 거쳐 들어올 와인들이 아프리카를 돌아서 들어오니 입고 기간이 2달 늦어지는 건 물론, 물류비가 30%는 늘어나 판매가에 반영해야 할지 고민된다"며 "현재 와인의 10%가 입고 지연으로 비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납기를 맞추지 못해 손해 보기도 한다. 스페인·이탈리아에서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박모(50)씨는 "해운사 스케줄이 뒤바뀌어서 입고 스케줄이 한 달씩 늦춰지고, 중국 상하이에서 화물이 환승하는 과정까지 지체되고 있다"며 "납기가 2주 정도 늦어 매출의 30%까지 손해 봤다"고 했다.

    홍해발 물류 대란 여파로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나 영세 업자들은 재고 비용 부담 때문에 재고 입고 기간을 최대한 짧게 잡고, 공급망을 매우 타이트하게 운영한다"며 "홍해발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면 재고 부족은 물론,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기고자 : 김병권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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