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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철의 스포트S라이트] "왕조의 비결은 밤 10시까지 했던 실전 같은 훈련"

    강호철 스포츠부 선임기자

    발행일 : 2024.02.08 / 스포츠 A2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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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농구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선수들은 3일 BNK와 정규 시즌 경기에서 모두 감독 위성우(53)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위 감독이 지난달 25일 삼성생명을 상대로 WKBL(여자농구연맹) 사상 처음으로 300승 금자탑을 쌓아 올린 것을 자축하는 이벤트였다. 선수들 부상 속에 7명만 뛴 우리은행은 BNK를 상대로 한때 16점 차로 뒤졌으나 '7명의 위성우'가 56대47 역전승을 일궈냈다. 최근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위 감독은 "그냥 경기를 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한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여자 농구 사상 첫 300승을 올렸다.

    "솔직히 신경을 안 써서 그런지 느낌이 별로 없다. 올해 팀 성적 때문에 그런가?(우리은행은 6일 현재 1위 KB에 3게임 뒤진 2위다). 감독 처음 했을 때 100승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0승과 300승은 생각 안 하고 살았다. 매 시즌 우승하고 싶은데, 전력 유지하는 게 참 어렵다. 우승한 다음 시즌엔 꼭 부상자가 나오거나 주축 선수들이 팀을 옮기곤 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는?

    "역시 데뷔전이다. 경기 전날 너무 가슴이 떨려 한숨도 못 잤다. 교체 한 번 없이 주전 5명을 40분 내내 뛰게 했다.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7차례다.

    "선수들이 좋아야 하고, 구단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훈련, 그냥 훈련이 아니라 진짜 경기처럼 전력을 다하는 훈련이다. 훈련 때 대충 하는 게 너무 싫다. 한번 훈련을 시작하면 마음에 들 때까지 했다. 처음엔 오후 3시 반에 시작한 훈련이 밤 10시가 되어서 끝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정말 필요한 것, 해야 할 것에 집중한다. '실전처럼 하는 훈련', 이게 우리은행 여자 농구의 레거시가 된 것 같다."

    ―'위성우표 훈련'을 잘 견뎌낸 선수는.

    "임영희 코치와 박혜진이다. 임 코치는 내가 부임했을 때 신혼이었는데도 한마디 불평 없이 묵묵히 견뎠다. 2~3년 같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7년 동안 함께했다. 마흔 살에 은퇴하는 모습 보니 울컥했다. 박혜진은 재능보다 훈련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휴가 때도 체육관 나와 훈련한다."

    ―훈련에 질린 우리은행 선수들이 처음 우승 때 자신들을 고생시킨 감독을 발로 짓밟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점점 부드러워지던데.

    "나이가 있으니 선수들이 봐주는 것 같다. 요즘 선수들은 짓밟고 그러는 세리머니가 밖에서 보기에 좀 흉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현역 시절엔 이름을 날리지 못했는데.

    "재능보다는 그냥 열심히 했던 선수였다. 식스맨이었다. 수비수로 많이 들어갔고, 기회 때 한 방 터뜨릴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슛 연습도 많이 했다."

    ―식스맨 경험이 도움이 됐나.

    "당연하다. 식스맨은 언제 뛸지 몰라 항상 준비해야 한다. 벤치에서 감독들 경기 운영 방법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선수 생활 마지막 은사인 유재학(61) 모비스 감독이 성향이 잘 맞았다. 대표팀 감독 할 때 한 번 만난 적 있는데, '애들 일부러 혼내는 거냐'고 묻더라. 그게 일부러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렇지?' 하면서 수긍하셨다. 2~3년 전부터는 유튜브 같은 영상을 통해 NBA나 미 대학 농구를 보면서 팀에 접목할 수 있는 전술 공부를 많이 한다. 새로운 거 나오면 훈련장 칠판에 적어 놓고 훈련한다. 선수들도 새 전술을 접하면 재밌어 한다."

    ―남자 프로농구에서 영입 제안 없었나.

    "5~6년 전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여자 농구는 쭉 있으면서 다른 팀 선수 각각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있는데, 남자 농구는 10팀이나 되고, 선수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갑자기 감독 맡아서 잘할 수 있겠는가."

    ―300승 올렸으니 400승도 가능하겠다.

    "채우고 싶다고 채워지는가. 그냥 일하는 이상 이겨야 하고, 이기고 싶은 게 승부사 마음이다"

    ―여자 농구 국가 대표팀 부진은 어떻게 보나.

    "15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숱하게 지던 일본이 이제 저 위에 올라가 있다. 역시 인프라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은 초·중·고 팀이 3000개가 넘고, 학교에서 1인 1기(技)로 체육을 가르친다. 일본이 엘리트 대신 생활체육 비중을 높였다가 다시 엘리트에 힘을 쏟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 답답하다."

    [그래픽] 위성우가 쌓은 여자 프로 농구 금자탑
    기고자 : 강호철 스포츠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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