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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제' 한 방에 혈관부종 환자 90% 완치(임상 1상, 1년간)

    황규락 기자

    발행일 : 2024.02.07 / 경제 B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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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치료제' 美·中서 잇단 성공

    단 한 번 투약으로 질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꿈의 치료제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유전자 이상에 따른 선천적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혈액암이나 근위축증은 물론 혈관 부종이나 유전적 난청 등 각종 질병 해결책으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미 바이오테크 기업 인텔리아 세러퓨틱스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유전자 혈관 부종(HAE) 치료제 'NTLA-2002'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 치료제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혈관 부종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 효과를 내도록 개발됐다. 임상에는 영국과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에서 환자 10명이 참여했다. 임상 결과 모든 환자가 치료 이후 6개월 동안 부종 발작 횟수가 95% 줄었으며 이 중 9명은 1년 동안 효과가 유지됐다. 한 번 투약으로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낸 것은 물론 별다른 부작용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임상에 참여한 한 환자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유전자 치료제가 의료용 마법 지팡이처럼 내 삶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 번 주사로 '완치' 효과

    유전자 혈관 부종은 세계적으로 5만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희소 질환으로 급성 발작을 일으키는 혈관 부종의 일종이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혈장 속 '칼리크레인'이라는 단백질을 과잉 생산해 입술, 목, 손, 발 등에 불규칙적으로 부종이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은 일주일에 두 번 씩도 나타나며, 부종이 일어나면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부종으로 심한 복통이 나거나 목 부위 부종이 심하면 질식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NTLA-2002'는 유전자 혈관 부종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칼리크레인 단백질 과잉 생산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낸다. 치료제를 감싼 나노 입자가 표적으로 삼은 간으로 이동하고, 간에서 칼리크레인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차단하게 된다. 유전자 혈관 부종 환자들은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정맥 주사 등으로 칼리크레인 단백질 생산을 억제하는 방법이 최선이었지만, 유전자 치료제를 통해 질병 원인을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역 넓히는 유전자 치료

    유전자 치료제가 듣지 못하는 아이들을 치료하기도 한다. 중국과 미국 등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유전성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제 임상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 푸단대 연구팀은 "선천적으로 소리를 듣지 못했던 난청 환자 5명이 유전자 치료제 투약 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선천성 난청 환자들은 '오토펠린'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다. 오토펠린 유전자는 청각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이 유전성 난청을 앓고 있는 아이의 달팽이관에 정상적인 오토펠린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담아 직접 투약했더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유전자 치료를 받은 환자들 청력이 영구적으로 유지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미 컬럼비아대 로런스 뤼스티그 교수는 "청력 회복 범위를 넓히기 위해 더 많은 치료제 용량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다른 기술처럼 첫 번째 임상에 비해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유전자 치료제는 치료 영역을 계속 넓혀갈 전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치료제 '카스게비'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중증 겸상 적혈구병에 이어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제로도 승인받았다. 미 프랙틸 헬스는 GLP-1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유전자를 췌장에 전달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전자 치료제는 당뇨병성 망막 병증이나 혈우병 등 다양한 유전성 질환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 '혈관부종' 유전자 치료제
    기고자 : 황규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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