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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벌찬의 차이나 온 에어] 세뱃돈 주기 무서워 고향 못 가는 中직장인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발행일 : 2024.02.07 / 국제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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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동결됐는데 세뱃돈은 인플레

    "다A(중국 본토 증시 A주)라도 올라야 고향에 내려가 세뱃돈을 뿌리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 설)를 앞둔 5일, 베이징의 직장인 수십명이 속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귀성을 두려워하는 푸념 글이 속속 올라왔다. 투자한 주식은 반 토막 나고 월급은 동결됐는데 '세뱃돈 인플레이션'은 심각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유교 문화권인 한국·일본과 마찬가지로 새해에 아랫사람이 웃어른에게 절을 하고 돈을 받는 세뱃돈 문화가 있다.

    올해 중국 대도시에서 쿵구이족(恐歸族·귀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세뱃돈이 꼽힌다.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어린 조카 등 친척에게 줘야 하는 세뱃돈 부담이 상당하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조카에게 50위안(약 9200원) 정도를 '훙바오(紅包·붉은 봉투)'에 넣어주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못해도 200~300위안(약 3만7000~5만5000원)은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우인(중국판 틱톡)·샤오훙수 등 소셜 미디어에서 아이들이 세뱃돈을 '인증'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세뱃돈 '최소 금액'이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중국 대도시의 5년 차 직장인 쉬모씨는 현지 매체에 "재작년부터 고향에 못 갔다"면서 "명절에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을 마련하기가 갈수록 벅차다"고 했다.

    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매년 각 지역의 평균 세뱃돈 금액을 표시한 '중국 세뱃돈 지도'가 올라온다. 이 지도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에선 세뱃돈 봉투에 평균 300~800위안(약 5만5000~14만7000원)을 넣어주지만, 부유한 동부 연안 지역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준다. 세뱃돈 부담이 가장 큰 푸젠성은 보통 한 봉투에 3500위안(약 65만원)을 넣는다. 푸젠성에서도 가장 유명한 부촌인 푸톈(甫田)은 아이들에게 사업 종잣돈을 마련해주는 문화가 있어 1만2000위안(약 221만원)씩 준다.

    중국 수도 베이징(2900위안)과 저장성(3100위안)·상하이(1600위안)도 세뱃돈 스케일이 크다. 특이하게도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한 곳인 광둥성은 실용적인 문화로 인해 친인척에게 주는 세뱃돈은 50위안(약 9200원) 정도로 소박한 반면, 단골 카페나 식당의 종업원들에게는 통 크게 새해 팁을 준다.

    중국에서는 연인 사이에 세뱃돈을 주고받는 문화도 있다. 웨이보에서는 이달 들어 "남자 친구에게 세뱃돈을 두둑하게 받았다"면서 인증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웨이보 계정은 붉은색 100위안 지폐가 가득 담긴 원통 모양의 루이비통 가방 사진을 올리면서 "내 평생 가장 만족스러운 훙바오"라고 했다.
    기고자 :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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