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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쓰레기 매립장에 '반지 원정대' 뜬다

    박상현 기자

    발행일 : 2024.02.07 / 사회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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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무덤서 분실물 찾기 소동

    지난 1일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에서 폐기물 하역 작업자가 검은 비닐봉지 주변에 떨어진 5만원권을 발견했다. 봉지를 열어보니 5만원권 다발이 들어 있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50대 여성이 만기된 적금을 찾아둔 것이었다. 유품을 정리하다 실수로 버린 현금 2900만원이 유족 품으로 돌아갔다. 매립지 관계자는 "잘못 버린 물건을 찾으러 달려오는 '소동'이 아직도 일어난다"고 했다.

    수도권 매립지엔 매일 서울과 인천·경기도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3800t가량 들어온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이 쓰레기는 부피를 줄이려고 한 번 다져 묻는다. 악취를 막으려고 깨끗한 흙을 덮는 복토(覆土)도 한다. 묻고 덮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야트막한 산 같은 모습이 된다. 이런 매립장에서 실수로 버린 귀중품 등을 찾는 일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다. 6일 수도권매립지공사 관계자는 "바늘 찾기를 하려고 달려오는 일이 매년 벌어진다"며 "분실물을 찾는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공사 직원 수십 명이 같이 나서 매립장을 뒤진다"고 했다. 반입된 쓰레기는 당일 처리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지나면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매립장까지 뛰어온 사람들 사연은 전부 절절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모두 힘을 보탠다는 것이다.

    재작년엔 매립지에 '반지 원정대'가 뜨기도 했다. 결혼을 코앞에 둔 예비 신부가 실수로 결혼반지를 버린 사실을 알고 매립지까지 달려왔다. 공사 직원 20여 명이 반지 수색 팀을 만들었다. 예비 신부가 사는 지역의 폐기물 차량이 하역하고 간 위치를 찾아 종량제 봉투 수백 개를 빼냈다. 원피스를 입고 온 예비 신부와 공사 직원들은 이틀간 쓰레기를 뒤졌다.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해 하루 10시간 넘게 쓰레기 더미를 헤집었다. 반지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쓰레기 무덤을 판 직원은 "예비 신부가 '직원분들이 자기 일처럼 고생해주신 덕분에 잃어버린 반지에 대한 미련을 떨쳤다'며 수색을 중단하자고 하더라"며 "예비 신부는 지금도 직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 매립지는 1992년 문을 열었다. 카드보다 현금을 많이 쓰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현금 다발'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최근에도 1만원짜리 73장을 고무줄로 묶은 다발이 하역장에서 발견돼 경찰에 넘겼으나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집에 도둑이 들까 봐 곗돈 1200만원을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쓰레기통에 숨겨 놨는데 시어머니가 그걸 비우는 바람에 잃어버린 돈을 찾으러 달려온 중년 여성도 있었다. 광활한 매립지 규모를 보고 실신했다고 한다. 공사 관계자는 "돈이나 보석 말고도 추억이 담긴 물건을 찾으러 왔다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보고 포기하고 돌아가는 일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매립지로 달려오는 풍경도 이제는 없어질 전망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 2030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더는 쓰레기를 바로 땅에 묻을 수 없도록 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배출한 쓰레기는 바로 소각장으로 보내 모두 태운 후 재만 매립지에 묻을 수 있다. 공사 관계자는 "쓰레기 봉투를 그대로 묻는 처리 방식이 곧 끝나기 때문에 직원들이 달려들어 귀중품을 같이 찾던 소동도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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