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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묻지마 항소', 이재용에도 적용하나

    허욱 기자 이정구 기자

    발행일 : 2024.02.07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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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대통령도 검찰총장 시절
    "국비 받는 검찰 피고인 고려 안해
    항소·상고 검토때 잘 판단해달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다음 날인 6일 해외 사업장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글로벌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 5일 이 회장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기계적으로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1심에서 47개 혐의 모두가 무죄 판결이 났는데도 "법원과 견해 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검찰이 이 회장 사건을 항소한다면, 3년 5개월 걸린 1심에 이어 2심 재판도 앞으로 3~4년이 걸릴 전망이다. 또 검찰이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하면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2~3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말 이 사건으로 수사받기 시작한 이후 10년 넘게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피고인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검사가 항소할 수 없게 돼 있다. 미 연방헌법에 규정된 '이중 위험 금지' 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는 피고인이 같은 사건으로 반복해서 재판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검찰총장이던 지난 2019년 8월 "피고인은 항소할 때 항소 비용, 변호사 비용 등을 생각하지만, 검찰은 나라에서 월급 받고 국가 비용으로 소추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피고인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항소나 상고는 세밀하게 검토하고 가능성이 없다면 기소된 사람이 2·3심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잘 판단해달라"고 했었다.

    미국의 '이중 위험 금지'는 우리나라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다시 기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보다 넓은 개념이다. 미국 검찰에서 근무했던 미국 변호사는 "1심 무죄 사건에 검사가 항소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검찰이 기소권을 남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이 작년 11월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것에도 비판이 있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을 판사가 절반까지 감경할 수 있는데 징역 5년을 구형하면 집행유예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이 회장을 3년 넘게 법정에 세웠던 검찰로서도 실형(實刑)을 받아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22분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했다. 정장 차림에 회색 패딩 조끼를 입고 차량에서 내린 이 회장은 '전날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 '이번 출장의 의미'를 묻는 말에 답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향했다. 이후 이곳에서 전세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로 출국했다.

    UAE는 이 회장이 2022년 회장으로 승진한 후 첫 해외 출장지로 택할 정도로 의미를 강조해 온 곳이다.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한국의 최초 해외 원전 프로젝트인 '바라카 원전'도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재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 주요 인사 미팅보다는 수월하게 일정을 정할 수 있는 해외 사업장 점검에 나섰고, UAE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선 "가장 부담이었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이 이전과 다르게 홀가분하게 출장을 떠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아부다비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여러 사업장을 돌아볼 예정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남아 사업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삼성 경영을 본격적으로 이끈 2014년부터 11년째 명절에 해외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10월 추석 연휴에도 사우디·이스라엘·이집트 등 중동 3국에 있는 삼성그룹 해외 사업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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