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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자더니"… 두 청춘에 눈물바다

    안동=권광순 기자 김휘원 기자

    발행일 : 2024.02.05 / 사람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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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수광·박수훈 대원 영결식

    "수광이형, 수훈이형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끝까지 기억할게."

    지난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대 소속 김수광(28) 소방장과 박수훈(36) 소방교의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은 유족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남화영 소방청장, 동료 소방관 등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경상북도장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쯤 고인들을 실은 운구 차량이 동락관 앞에 도착하자 동료 소방관 600여 명이 거수경례로 맞았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에 이어 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 추서, 윤석열 대통령 조전(弔電) 낭독, 영결사, 조사(弔辭), 고인께 올리는 글, 헌화·분향, 조총 발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장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제복을 입은 동료 소방관들도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숙였다.

    동료 소방관들은 조사와 고인께 올리는 글을 통해 고인들과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명복을 빌었다. 고인과 한 팀이었던 윤인규 소방사는 조사에서 "화마가 삼키고 간 현장에서 결국 구조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반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저희 모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또 느꼈다"며 "남겨진 가족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떠나간 그곳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소방장의 20년 친구인 김동현(전남 광양소방서) 소방관은 고인께 올리는 글에서 "함께 소방관이란 꿈을 꾸며 어둡고 좁은 독서실에서 너와 붙어 지낸 시간이 더욱 생각난다"며 "술잔을 기울이며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자던 너의 말이 오늘 더욱 기억나고 내 마음을 울린다"고 했다. 그는 "다음 생에는 희생하며 사는 인생보단 너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너의 행복, 가족, 친구들을 생각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젊은 두 소방관을 화마 속에서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든 고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국가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전은 이관섭 비서실장이 대신 읽었다.

    장례위원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영결사를 읽다가 여러 번 목이 메었다. 흘러내리는 눈물도 수시로 훔쳤다. 그는 "오늘 경북도는 두 청춘을 떠나보낸다. 구해내지 못해,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다"며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부족하고 어려운 사항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유족들은 운구 행렬을 따르며 고인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김 소방장의 어머니는 "우리 수광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어떡하나"라며 울었다. 박 소방교의 어머니는 주저앉아 통곡했다.

    영결식 후 두 소방관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영결식은 끝났지만 고인들의 고향인 경북 구미와 상주, 문경소방서, 경북도청 동락관, 소방청 등 5곳에 설치된 분향소는 5일까지 운영한다. 소방청은 7일까지 조기를 게양한다.

    분향소에는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는 길이 뜨겁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아이스 커피를 놓고 간 주민도 있었다고 한다.

    소방청 홈페이지에 열린 사이버 추모 공간에도 생전에 고인과 가까이 지냈던 이들의 추모 글이 이어졌다.

    한 추모객은 '수훈이 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같이 노량진에서 죽기 살기로 공부했을 때, 형이 '그래도 임용돼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지' 하고 웃었던 게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는 형 소식을 보면서 헛되다, 저러려고 공부했냐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형이 직업에 대한 사명감, 신념을 가지고 묵묵히 밀어붙였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자신을 김 소방장의 학교 형이라고 밝힌 한 추모객은 '선뜻 먼저 다가와주고 많이 도와줬던 듬직하고 고마운 동생 수광아,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힘든 거 없이 아픈 거 없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먼 나중에 그곳에서 다시 만난다면 추억 얘기 잔뜩 하자'고 했다.

    고인들은 지난달 31일 밤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기고자 : 안동=권광순 기자 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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