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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성 한림대 교수 새 연구서

"20세기 이후 동아시아를 갈등으로 몰아 넣었던 진짜 요인은 미·소 냉전 체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미·일 연합과 중국 사이를 가른 거대한 분단, 즉 '동아시아 대(大)분단 체제'였습니다."

'세계와 미국'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등의 저서로 큰 주목을 받았던 이삼성(65·사진)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명예교수가 900쪽이 넘는 새 연구서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한길사)을 냈다. 경기 남양주 자택에서 만난 이 교수는 "냉전 해체 뒤에도 동아시아에서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대립의 요인이 이 대분단 체제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분단 체제의 뿌리가 제2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이전인 20세기 초, 기존 제국 중국에 대항해 미국·일본이라는 신흥 제국이 견제하는 구도로 형성됐다고 말했다. "청일, 미국·필리핀, 러일전쟁이라는 세 전쟁의 결과로 이 체제가 이뤄졌고, 미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긴밀한 협력 시스템을 갖추게 됐던 것이죠."

그렇게 놓고 보면 1941년부터 단 4년 동안 지속됐던 태평양전쟁은 미·일 관계에서 이례적인 사건이었고, 전쟁 전후로 두 나라가 굳건한 동맹 관계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태평양전쟁, 중국 내전, 6·25 전쟁의 세 전쟁을 계기로 동아시아 대분단 체제는 복구됐다는 것이다.

'대분단선(線)'은 남중국해로부터 대만해협, 동중국해, 서해안, 휴전선으로 이어진다. 한반도, 대만해협(중국과 대만), 남중국해(중국과 동남아)는 대분단 체제 속의 세 곳 소분단 체제다. 지정학적 긴장, 정치사회적 체제·이념의 긴장, 역사심리적 긴장이 그 선에서 펼쳐진다. 이 교수는 "대분단선 우측에 있으면서도 일본과 역사 갈등이 이어지는 한국은 일종의 중간 지대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선 동아시아 대분단선이 다른 지역 갈등의 원천이 되는데,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신냉전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푸틴이 중국의 경제적 지원 위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분단 체제로 인한 전쟁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기고자 :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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