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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로스토프에 40대 첫 벌떼 공격

우크라이나 동부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서남부의 로스토프주(州). 17일 새벽(현지 시각) 이곳에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 40여 대의 공습이 벌어졌다.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수십 대의 드론을 한 번에 동원, 러시아 공격에 나선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이용해 대규모 공격에 나섰지만 35대의 드론이 방공망에 격추되면서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규모가 부쩍 커졌다" "우크라이나가 '군집 드론(drone swarm)' 전술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놨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쟁 발발 직후부터 엎치락뒤치락하며 계속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드론 공방전'이 규모와 기술 측면에서 급속하게 발전하며 전쟁 전체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드론은 전쟁 초기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우크라이나가 민간 기술로 급조한 비대칭 무기(전쟁에서 열세인 쪽이 선택하는 무기)였다. 하지만 이후 미사일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가 이란제 공격 드론을 대거 도입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후방 타격 무기로도 급부상했다. 지난봄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정찰 및 공격 드론을 집중 투입하면서 양측 모두에 치명적 무기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드론을 이용한 또 한 번의 전세 역전을 꿈꾸고 있다. 지난 전쟁 기간 급격히 성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산업이 '히든 카드'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메츠니코바 거리의 한 드론 판매점엔 세계 최대 민간 드론 업체인 중국 DJI를 비롯, 우크라이나 국내외 10여 업체가 만든 100여 가지의 드론이 전시되어 있다. 매장 매니저 안드리씨는 "일반 취미용, 촬영용, 농업용, 물류용 등 다양한 용도의 드론이 전장에서 정찰 및 전투용으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며 "드론 수요가 급증해 우크라이나 내 드론 생산 업체들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에 따르면, 전쟁 전 10여 개에 불과했던 우크라이나 내 드론 생산 업체는 지난 11월 기준 200개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드론 제조 업체에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고, 수요까지 책임져준 덕분이다. 우크라이나 드론 업체 에어로직스의 경우 전쟁 전까지 농업 및 물류용 드론을 주로 생산했지만 최근에는 고도 3000m 이상까지 상승해 40㎞ 이상 비행이 가능한 군용 드론을 한 달 400여 대씩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 비탈리씨는 "전쟁 후 우리 회사의 드론 생산 능력은 100배로 늘었고, 최신 인공지능(AI)과 대(對)드론 전자전 방어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며 "또 지금도 수많은 드론 업체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의 민간 드론은 사람이 마치 드론에 탄 듯한 영상을 보며 조종할 수 있는 FPV(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 기능을 이용해 러시아군 진지를 속속들이 탐색하고, 폭발물을 실어 나르는 공격 임무까지 했다. 이를 통해 수백만 원짜리 드론 한 대가 수십억 원짜리 탱크를 깨부수며 전세 역전에 큰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곧장 우크라이나를 따라 하고, 전자파로 드론을 공격하는 '전자전 트럭'마저 내놨다. 이어 러시아가 이란의 도움으로 '샤헤드' 공격 드론의 대규모 자체 생산에 나서며 양측은 막상막하의 상황이 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세를 뒤집기 위해 최근 드론의 장거리 비행 능력과 군집 드론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집 드론은 수십~수백 대의 드론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이다. 강력한 방공망에 드론 대다수가 파괴당해도 살아남은 드론들끼리 서로 소통해 핵심 목표물을 파괴한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 장관은 "이 전쟁의 승패는 드론의 양과 기술 수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 드론 기술 개발 및 관련 산업 지원에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를 추가 투자키로 한 상황이다. 안드리 자호로드니우크 전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는 국가 주도형, 우크라이나는 (스타트업의 창업과 혁신에 기반한) '실리콘밸리형' 드론 개발을 한다"며 "드론 전쟁에서 러시아를 압도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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