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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던 매길 펜실베이니아大 총장
유대인 '큰손' 기부자들이 압박 나서자 스스로 물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세계적으로 유대교·이슬람 옹호 여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반(反)유대주의 타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 대학 총장이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은 연방 의회에 출석해 반유대주의에 모호하게 답한다는 비난을 받은 지 나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의 사퇴는 '자발적'이라고 포장됐지만, 사실상 대학 내 반유대주의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고액 기부자 등의 압력에 따른 것이다.

유펜은 이날 "매길 총장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면서 "총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학교의 법학대학원 종신 교수직은 유지한다"고 했다. 매길 총장은 최근 미 연방 하원에 출석해 반유대주의에 대해 모호하게 답변한 후 비난에 직면해 왔다.

그는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 샐리 콘블러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 등과 함께 지난 5일 워싱턴 DC 연방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주최 반유대주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매길 총장은 보수파인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공화당)이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의 과격한 주장이 따돌림과 괴롭힘을 금지하는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이자 징계 대상인가 아닌가"라고 묻자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후 유펜에서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4500명이 넘게 서명하는 등 사퇴 압박이 거세졌고, 결국 사퇴까지 이어졌다.

미 대학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가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 수정헌법 1조는 폭행 등 범죄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혐오 발언을 포함한 모든 발언을 용인하고 검열을 금지한다. 하지만 막강한 자금력과 언론 장악력을 확보한 유대계의 영향력은 반유대주의 발언만큼은 용인할 수 없다는 기류를 대학가에 형성하고 있다. 특히 유대계 '큰손'들이 반유대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을 낸 대학생들에 대한 채용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학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끊겠다고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많은 대학이 표현의 자유 원칙을 한발 양보하는 상황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반유대주의를 말하는 것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도 분열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미국 대학은 많은 논란 속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 4월 미국 뉴욕주(州)의 명문대인 코넬대에선 학생회가 교과서 등 학습 자료 중 성폭행·자해·인종 혐오 범죄 등을 포함한 콘텐츠에 대해 '경고' 표시를 붙여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마사 폴랙 총장이 "표현의 자유에 반한다"며 채택을 거부했다. 지난 3월 서부 명문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법학대학원에서 학생들이 보수 성향 판사를 야유해 발언을 중단시키자 학교는 "자신의 견해와 상반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입을 막을 권리는 없다"는 취지의 긴 입장문을 냈다.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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