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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임기 3년 6개월… 밀린 현안 해결 위해 속도전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의 취임식이 11일 열린다. 과거 대법원장 취임식과 비교하면 규모가 대폭 축소된다. 주요 법원장 참석이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윤준 서울고등법원장만 참석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두 달 넘게 대법원장 공백 상태가 계속됐기 때문에 취임식을 간소하게 하면서 법원 구성원 각자가 맡은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조 대법원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조 대법원장의 취임식 장소는 대법원 2층 중앙홀로 정했다. 여기에 임시로 의자를 놓고 참석자 170여 명이 앉는다고 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취임식 때는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치렀는데 전국 법원장을 비롯해 법원 안팎에서 600여 명이 참석했다. 조 대법원장의 취임식 규모는 그때의 3분의 1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의 취임사 내용을 주목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10일 자택에서 취임사를 손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 '재판 지체' 문제 해결 방안 등을 취임사에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대법원장은 또 전임 대법원장 체제에서 정치·이념 성향이나 세대에 따라 갈라진 사법부 구성원들이 다시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한 법조인은 "조 대법원장은 김 전 대법원장이 남긴 각종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년 탓에 임기는 3년 6개월에 불과하다"면서 "처음부터 '속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래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오는 2027년 6월 정년(70세)을 맞아 퇴임해야 한다. 재임 기간이 전임 대법원장의 절반을 조금 넘는 것이다.

실제로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임명 동의안 통과 이후 신속하게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임명 동의안이 통과되고 4시간 만에 첫 업무 결재를 했다.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 추천을 위한 천거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천거 절차가 지연되면서 대법관 공백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대법원 재판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1호 결재' 사안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선 방안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각 지방법원 소속 판사들이 투표를 거쳐 추천한 후보 중에서 법원장을 임명하는 제도인데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했다. 법원장들이 자기를 뽑아준 판사들 눈치를 보느라 재판 지체가 있어도 판사들에게 "제때 재판하라"고 요구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 대법원장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제도를 개선할 뜻을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구체적 개선 방안이 이르면 일주일 안에, 늦어도 이달 말에는 나올 수 있다"면서 "조 대법원장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신속하게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말로 예정돼 있는 법원장 인사가 종전과 다른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오는 15일 전국 법원장 회의도 주재할 예정이다. 재판 지체 문제가 공식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이후 법원장 후보 추천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부활 여부, 법원행정처 판사 충원 등 주요 현안도 차례로 논의할 전망이다.

[그래픽] 조희대 대법원장의 '속도전' 기고자 :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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