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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은행이 '따뜻한 이자'를 받았으면 좋겠다

    이진석 경제부 선임기자

    발행일 : 2023.12.07 / 여론/독자 A3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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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은행장들은 김장을 담갔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은행장과 임직원 등이 '취약 계층 겨울나기를 위한 김장김치 나눔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김장 나눔 행사를 가졌다. 하나금융그룹은 은행장뿐 아니라 회장까지 나섰다.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저소득층도 지원했다.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임직원들과 함께 서울 정릉3동에서 연탄을 날랐다. 연탄을 받은 한 주민이 "연탄이 쌓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겨울을 준비해 주신 우리금융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고 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10여 년 전부터 은행권에 '따뜻한 금융'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겨울마다 은행마다 김장을 담그고 연탄 날랐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 겨울에는 '상생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은행들이 전례 없는 대규모 지원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출 이자에 허리가 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이자를 돌려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2조원 안팎의 큰돈이 될 것이라고 한다. 당사자인 은행들은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금융 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떨떠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정해진 이자 받았는데 은행을 죄인처럼 다룬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따뜻한 금융'은 2011년 당시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꺼내면서 번졌다. '(고객과)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이라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전화에서 "김장하고 연탄 나르고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따뜻한 금융이다.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은행과 함께 계속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지난 10월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쉰다"고 했다. 이런 말이 대통령 귀에는 들렸는데 금융그룹 회장들과 은행장들은 들어 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김장과 연탄에 고마워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고 "감사드린다고 하더라"는 보도자료도 내지만, 머슴 신세라는 탄식은 듣질 못한다. 대한민국은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다. 취업자 5명 중 1명일 정도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의 올해 이자이익을 58조원 정도로 예상한다. 이런 최고 실적을 세우고 있지만, 그 뒷면에는 최악의 숫자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은 13조원이 넘는다. 1년 전의 2.5배나 된다. 연체율은 2.4배인 1.78%로 뛰었다.

    은행 이자이익이 커졌다고 이자를 깎아주라는 것은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많다. 금융 당국과 정부의 책임은 없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따지고 고치고 다시 없도록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정부가 개입하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일도 아니다. 영국 등에서 횡재세나 부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은행 돈으로 저소득층을 돕고 있다.

    시장이 있어야 시장 원리도 지켜진다.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대규모 파산과 급격한 소비 위축,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 경제가 기울어지면 경제 원리를 세울 곳도 없다.

    태산 같은 이자이익은 은행이 무슨 신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 아니라 힘겹지만 이자를 꼬박꼬박 낸 사람들이 만들어줬다. 은행에 은행원들 돈잔치에 쓸 돈이 넘치는데 힘들어하는 고객들을 지원할 자금이 없을 리 없다.
    기고자 : 이진석 경제부 선임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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