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여성' '동양인' 차별 뒤집었더니 나만의 색이 됐다

    윤수정 기자

    발행일 : 2023.12.07 / 문화 A17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유럽에서 활동하는 DJ 페기 구
    내년 발매할 신곡 서울서 선공개

    "여성 차별, 인종 차별. 차별이란 차별은 다 당해본 것 같아요. 그러다 깨달았어요. '차별받는 정체성'을 잘 뒤집으면 '남다른 특장점'이 된다는 걸."

    최근 서울에서 만난 DJ '페기 구(Peggy Gou·본명 김민지·32)'의 말에는 그가 걸어온 길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016년 세계 모든 DJ의 꿈의 무대인 독일 베를린의 클럽 '베르크하인'에 선 첫 한국인 여성 DJ, 하우스 전자 음악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독특한 음악 프로듀서, 개인 디자인 브랜드 'KIRIN'을 설립한 패션계 리더, 2019년 포브스 선정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 K팝 아이돌도 오르기 힘든 영국 오피셜 차트 톱 100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한국인 DJ….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DJ로 여겨졌지만 이면에는 늘 "'여성'과 '한국인'이란 정체성에 많은 공격들이 함께 따랐다"고 했다. "업계 사람에게 '넌 남자, 해외 DJ만큼 성공하기 어렵다'란 말을 대놓고 들었죠."

    때로는 "음악을 우습게 아는 겉멋 든 DJ"란 비아냥도 샀다. 15세 때 부모님 권유로 나고 자란 인천을 떠난 페기는 영국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을 졸업했고, 우연히 현지 한인회 모임에서 음악을 틀다가 매력을 느껴 DJ의 길로 들어섰다. "그때부터 내겐 패션이 2순위음악이 1순위였지만, '패션계에서 유명해지려고 쓰레기 음악 한다'는 비판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곧 약점도 노력에 따라 오히려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여자 아시아인 DJ'로 선을 긋는 게 때로는 '그 분야를 개척한 최초'란 영예를 안겨 주죠. 저를 저평가받게 만들던 '패션'이 이젠 다른 DJ보다 절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가 됐고요."

    가장 듣기 기분 좋은 수식어도 "'K(Korean)하우스 장르 개척자'"라고 했다. 유튜브에선 그의 대표곡 '잊게 하네' 'Starry night' 등의 한국어 가사들을 영어로 음차(音借)해 따라 부르는 외국 팬들의 영상이 줄줄이 검색된다. 과거 국내 팬들이 팝송 영어 가사 발음을 한글로 받아 적어 따라 부른 것의 반대 경우를 양산한 것. 특히 "페기가 직접 허스키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한국어 가사들이 속삭이는 숨소리처럼 들려 좋다"는 반응이 많다. 페기는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좋아할 곡을 만들고 싶어 한국어 가사를 썼다"며 "명희, 영희 등 '이응'이 많이 들어가면 외국인들이 어렵게 느낀다. 평소 책에서 발음하기 좋은 한국어 단어를 보면 일단 적어놨다가 곡에 쓴다"고 했다.

    지난달 8일 페기는 서울 용산구 클럽 퍼멘츠에서 내년 첫 정규 앨범에 실릴 선공개 신곡 'I Belive In Love Again'을 처음 선보였다. 미국 알앤드비 싱어송라이터 레니 크래비츠와 함께 이번에도 페기가 직접 목소리를 더했다. 그는 "내 활동 원동력은 예민함(Sensitive)"이라고 했다. "예민하지 않으면 더 많은 디테일에 신경 쓰고 나만의 색을 유지할 수 없어요. 브랜드가 날 갖는 게 아닌, 내가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Brand shouldn't own you, you should own them). 제 좌우명을 지키는 힘이기도 합니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본문자수 : 158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