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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물가·소비 다 꺾여… "내년 1분기 금리 낮출수도"

    김은정 기자

    발행일 : 2023.12.07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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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체 조짐에 '조기 인하론' 솔솔

    금리를 빠르게 올려도 좀처럼 꺾일 줄 모르던 미국 노동 시장 과열이 식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작년 여름 한때 9%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이 최근 3%대 초반으로 내려온 데 이어, 임금 인상을 부채질해 온 노동 시장 과열이 진정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가 이르면 내년 1분기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지난 10월 연 5% 선을 오갔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1%대로 뚝 떨어졌다.

    5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 고용통계국(BLS)이 발표한 10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10월 민간 기업 구인 건수는 873만3000건을 기록했다. 작년 10월(1047만건)이나 전월(935만건)보다 훨씬 적은 것은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930만~940만건)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월 800만건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너무 뜨겁던 美 노동 시장, 식어간다

    미국 고용통계국이 이날 내놓은 구인·이직 보고서는 월별 고용 동향을 항목별로 상세히 분석하는 일종의 '심화 보고서'다. 구인·구직 건수뿐만 아니라 자발적 이직이나 해고 숫자 등까지 업종별·지역별로 세분화한다.

    지난 7월까지 기준금리를 빠르게 끌어올렸던 연준은 매번 '높은 물가'와 함께 '뜨거운 고용 시장'을 금리 인상의 이유로 들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노동 시장이 여전히 이례적으로 타이트하고, 매우 매우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나온 고용 지표들을 보면 미국 노동 시장 냉각 조짐이 뚜렷하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작년 한때 1200만건을 웃돌았던 구인 건수가 800만건대로 급감했을 뿐 아니라, 자발적 퇴직자 비율도 3%대에서 2.3%로 뚝 떨어졌다. 팬데믹 초기 '대사직(great resignation)'이 유행일 만큼 노동자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골라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좋은 일자리를 얻어 기존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 채용 건수 역시 2021년 월 60만건 이상에서 10월 23만9000건으로 뚝 떨어졌고, 연준이 특히 눈여겨본다는 '실업자 한 명당 채용 공고 개수'도 작년 2개꼴에서 10월엔 1.34개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 직전(1.2개)과 엇비슷해졌다. 구직자들이 일자리 조건을 비교해 가며 마음대로 골라잡을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끝났다는 의미다.

    온라인 취업 사이트 링크트인의 커린 킴브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N에 "이제 노동 시장이 이른바 냉각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 경제 버팀목인 소비도 꺾여

    이날 고용 지표 발표 이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경기 침체를 우려할 만한 노동 시장 약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이미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중이라는 것이 국제기구들의 공통적 평가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추산하는 성장률 전망 모델 'GDP 나우'에 따르면 4분기(10~12월)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연일 낮아져 1.2%(연율)까지 떨어져 있다. 3분기 성장률(5.2%)보다 대폭 낮아진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2.1%에서 내년 1.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역시 뚜렷한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 10월 개인 소비 지출액이 전월 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쳤고, 자동차와 PC, 가전제품 등 한번 사면 오래 쓰는 내구재 물가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세다. 미국인들의 연중 최대 쇼핑 날인 지난달 말 '사이버 먼데이(추수감사절 직후 월요일)'에 작년보다 9.6% 많은 온라인 매출이 발생했다고는 하나, 이 중 상당 규모가 '선구매 후지불(BNPL·buy now pay later)'로 구매한 것으로 추정됐다. BNPL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거나 한도가 적은 학생, 주부, 이민자, 사회 초년생 등이 주로 활용하는 소액 할부 결제다. 어도비 애널리스틱에 따르면 사이버 먼데이 하루 동안 BNPL로 결제된 매출액은 전년보다 42.5% 급증한 9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물건 값을 할부 결제하느라 애를 먹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픽] 미국 민간 기업 구인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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