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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앱 몰라서… 할머니는 병원서 2시간 대기

    변희원 기자 유지한 기자

    발행일 : 2023.12.07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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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 현장까지 디지털 불평등

    6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소아과 전광판에는 대기 환자 15명의 명단이 떠 있었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는 할머니나 어머니 손을 잡고 온 어린이 환자 넷밖에 없었다. 네 아이 중 둘은 병원 줄서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을 하고 왔고, 각각 50대 및 60대 여성과 온 두 아이는 현장 접수를 했다. 여섯 살짜리 손녀와 창구에서 접수를 한 뒤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던 한 모(65)씨는 "다들 병원 온 지 10분 만에 들어가는데 우리만 오래 기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병원에 가기 전 병원 진료 예약 앱 '똑닥'을 통해 진료 신청을 하자 '대기 인원 12명, 대기 시간 1시간 5분'이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대기 시간에 맞춰 도착하자 곧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줄 서기 앱'을 통해 예약하는 시대가 본격화하며 스마트폰이나 앱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앱 이용자는 10분만 기다리면 되지만, 앱을 모르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 특히 필수공공재인 의료 분야의 디지털 격차 문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앱 안 쓰면 두 시간 기다리는 병원

    병원 진료 예약 앱이 보편화되며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처럼 대기가 길었던 병원 이용자들의 편의성은 높아졌다. 대표적 병원 줄서기 앱인 똑닥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30~40대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올 들어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예약 가능한 병·의원이 1만 곳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고령층을 중심으로 병원 줄서기 앱 때문에 병원 이용이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높다. 앱 예약 환자가 우선시되면서 똑닥을 사용하지 않는 환자나 고령층의 대기 시간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똑닥과 현장 접수를 함께 받는 병원에서 나이 많은 부모가 2~3시간씩 기다렸다는 경험담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예약 앱들은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해야 하도록 돼 있어 자녀가 대신 해줄 수도 없다.

    줄 서기 불평등이 벌어지는 것은 병원만이 아니다. 6일 오전 11시 50분쯤 식당 예약·줄 서기 앱인 캐치테이블을 통해 서울 재동에 있는 한 만두집에 줄서기를 신청하자 '대기 순서 23번째'라는 안내가 왔다. 오후 1시쯤 입장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이 식당에 도착했을 당시 식당 앞에는 현장 접수를 한 뒤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 60대 남녀 한 쌍과 50대 여성 네 명이 있었다. 이들에게 "앱으로 미리 줄을 설 수 있다는 것을 아냐"고 묻자, 이들은 "(캐치테이블이란) 앱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그런 걸 할 수 있는 앱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장애인보다 디지털 취약한 고령층

    대표적인 디지털 취약 계층인 고령층은 병원, 택시, 식당 등 앱을 활용하는 생활 필수 영역 곳곳에서 차별받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2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 수준은 평균 69.9로 농어민(78.9), 장애인(82.2), 결혼이민자(90.2) 등 취약 계층 중에서도 가장 낮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것이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특히 의료는 삶에 영향을 주는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30~40대 부모의 필수 앱으로 꼽히는 똑닥이나 20~30대들이 즐겨 이용하는 앱인 캐치테이블은 60대 이상에서 사용 비중이 현저히 낮다. 똑닥 이용자 중 60대 이상 이용자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캐치테이블 이용자 중 60대 이상은 2%도 안 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자들에 대한 교육과 함께 과도기인 현재 시점에서는 현장·전화 예약도 배려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픽] 연령별 예약앱 사용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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