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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채용'부터 '지인 찬스'까지… 공공기관 채용비리 44건 적발

    김경필 기자

    발행일 : 2023.12.07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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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익위, 68명 수사·징계 요구

    공공기관 825곳이 지난해 진행한 채용을 정부가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454곳(55%)이 공정한 채용 절차를 867차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직 고위 간부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자기가 계획을 세워 놓은 채용에 응시해 상근직으로 다시 채용된 '셀프 채용'도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를 포함해 채용 비리 44건에 연루된 공공기관 임직원 68명에 대해 수사·징계를 요구했고, 823건은 '업무 부주의'로 담당자에게 주의·경고를 줬다. 응시자 가운데 최소 14명은 채용 비리 때문에 중간 합격 또는 최종 합격할 채용에서 부당하게 탈락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권익위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지방 공공기관 1364곳 가운데 825곳을 선정해 지난해 실시한 채용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했다. 539곳은 최근 3년 내에 채용 관련 조사를 받았으나 비리가 잡히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충남 천안시민프로축구단(천안 시티 FC)에서는 사무국장이었던 A씨가 경영기획팀장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인사위원회 개최와 채용 공고에 관여했다. 그래 놓고는 본인이 이 채용에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경영기획팀장은 사무국장의 부하 직원이지만, 사무국장은 2년 단위 계약직인 반면 팀장은 상근직이다. A씨가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상근직으로 계속 있을 수 있게 스스로를 채용한 것이었다.

    천안시민프로축구단이 진행한 홍보마케팅팀 차장 채용에선 단장과 친분이 있는 지인이 응시했지만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 그러자 단장은 채점 위원 3명 가운데 1명이 매긴 점수를 빼고 점수를 다시 계산하게 해 지인을 합격시켰다. 천안시는 이 2건과 관련해 구단 관계자들을 공공기관운영법 등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갖가지 채용 절차 위반이 적발됐다. 11곳은 채점을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했다. 예를 들어, 한 연구 기관의 채용 부서장은 서류 심사를 단독으로 진행하면서,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만을 채용한다는 자체 규정을 무시하고 학사 학위가 없는 특정인을 합격시켰다. 한 재단은 자격 미달인 3명에게 면접을 볼 기회를 줘서 1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6곳은 가점 부여 기준을 어기고 특정인에게 임의로 가점을 줬다. 한 의료원은 면접 전형에서 70점 이상을 받은 사람에게만 가점을 줄 수 있다는 자체 규정을 어기고, 64점, 68점 득점자에게 가점을 줬다. 이 2명은 최종 합격했다. 한 공단은 지원자 3명이 입사 지원서에 자기가 가점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라고 표기해 놓기만 하고 근거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가점을 줬다.

    다른 6곳은 공고한 선발 방식과 다르게 합격자를 정했다. 한 체육회는 면접 전형에서 공고한 선발 기준대로라면 무조건 탈락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은 응시자를 '예비 1순위'로 합격시켰고, 이 응시자가 최종 합격하기도 했다. 세 기관 채용에선 응시자와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임직원이 채용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다.

    권익위는 채용 비리 예방 차원에서 이번에 대상이 된 공공기관 중 350곳에 대해선 채용 관련 규정에 문제가 있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331곳의 채용 관련 규정에서 8130가지 항목에 달하는 문제점이 발견돼 권익위가 개선을 권고했다. 예를 들어, 채용 시험 위원의 배우자나 가족·친척, 업무상 이해관계가 있었던 사람이 응시한 경우 해당 위원이 채용 업무에서 빠져야 한다는 당연한 규정을 갖추고 있지 않은 기관이 많았다.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남겨야 하고, 기관장이 채용 절차를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규정조차 없는 기관도 있었다.

    다만 권익위는 채용 비리로 억울하게 채용에서 떨어진 피해자는 2019년 55명, 2020년 122명에서 지난해 48명, 올해 14명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앞으로도 채용 실태를 매년 전수조사해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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