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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의 돈과 세상] (151) 칠면조와 튀르키예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발행일 : 2023.11.29 / 여론/독자 A3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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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크인의 나라' 튀르키예는 오랫동안 터키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해 그 호칭을 사양했다. 영어로 터키는 칠면조를 뜻하는데, 그 새는 날지 못해서 멍청이, 실패자, 겁쟁이로 통한다. 그러니 용맹을 자랑하는 튀르크인들은 터키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랍인들은 칠면조를 '디크 하바시' 즉, '에티오피아 새'라고 부른다. 프랑스인들은 칠면조를 '댕드(dinde)' 즉 '인도 새'라고 부른다. 옛날 인도는 에티오피아를 포함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칠면조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가 아니다. 아메리카 신대륙이다. 그곳을 식민지로 삼았던 포르투갈은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칠면조를 '얄리냐 도 페루' 즉 '페루 닭'이라고 불렀다. 15세기의 페루는 아메리카 대륙을 의미했다.

    그런데 포르투갈 상인들이 '페루 닭'을 유럽 다른 나라에 팔 때는 '튀르크 닭'이라고 속였다. 비싸게 팔기 위해서였다. 당시 유럽에 '튀르크 닭'으로 알려진 새가 있었는데, 칠면조와 생김새가 비슷하면서도 맛과 영양가가 좋았다.

    '튀르크 닭'이라 부르던 그 새의 정식 이름은 기니파울이다. 튀르크 제국 맘루크 술탄이 에티오피아에서 잡은 그 새를 유럽에 선물했기 때문에 '튀르크 닭'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포르투갈의 상술이 칠면조를 끌어들여 그 혼란을 증폭했다. 그 바람에 기니파울, 에티오피아, 인도, 칠면조, 페루, 튀르크가 뒤엉켜 버렸다. 그래서 독일어에는 칠면조를 부르는 단어가 여섯이나 된다.

    칠면조와 튀르키예는 관계가 없다. 칠면조와 튀르키예가 얽히게 된 복잡한 일화 속에 한 가지 진실이 있다. 기니파울을 선물하던 시절 튀르크 제국은 유럽인들에게 공포와 경외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앞다투어 '터키 행진곡'을 작곡한 이유도 터키, 즉 튀르크 제국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고 보면, 터키라는 나라 이름이 나쁘지만은 않다.
    기고자 :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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