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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42) 암컷은 설치지 마라?

    김규나 소설가

    발행일 : 2023.11.29 / 여론/독자 A3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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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스노볼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반란 이후에도 설탕이 있을까요?"였다. 몰리의 질문에 스노볼은 "아뇨"라고 대답했다. "이 농장에선 설탕을 만들 방법이 없소. 게다가 당신한테 꼭 설탕이 필요한 것도 아니잖소?" 몰리가 또 물었다. "그때 가서도 내가 갈기에 리본을 매고 다닐 수 있을까요?" "동무,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리본이 바로 노예의 표시요. 리본보다 자유가 더 값지다는 걸 모른단 말이오?" 몰리는 그 말에 동의했지만 내심 아주 완전히 납득한 눈치는 아니었다.

    -조지 오웰 '동물농장' 중에서

    특정 여성을 '암컷'이라 조롱한 야당 전 의원이 일시 당원 자격 정지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당대표는 '행동과 말을 철저하게 관리'하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지만, 수년 전 형수에게 욕했던 그에겐 낯 뜨거운 별명이 붙었다. 이 와중에 한 여당 의원의 지역 사무장은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젖소'라는 표현을 해 소란을 더했다.

    술집도 아니고 카메라 앞에서 암컷이라 부르며 낄낄거리는 남성들, 그들의 발언을 두둔하는 여성들이 나랏일을 한다며 방송에서 떠들고 국회를 드나든다. 개혁을 외치는 '개딸'도, 여성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도 침묵한다. 같은 편을 암컷이라 했다면 분노했겠지만 적진의 여성 인권은 개의치 않는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는 공산당에 충성하는 개들의 어미 제시, 잘못된 걸 알지만 저항하지 못하는 암말 클로버와, 맛있는 것, 멋 내는 것을 좋아하는 몰리, 글자는 읽지만 문해력이 낮은 염소 뮤리엘 등의 암컷이 등장한다. 그중 몰리만 행복을 찾아 농장에서 달아난다. 그런데 왜 공산주의로 참혹해진 "동물농장에서도 암컷들이 설치지 않는다"며 그들은 웃었을까. 소설에서 동물을 착취하는 건 수컷들이다. 수컷이 군림하는 사회에서 암컷은 설치지 말고 복종해야 한다는 뜻일까.

    한 여성을 암컷이라 비하하면 그녀와 함께 사는 남성은 수컷이 된다. 그래서 더욱 유쾌하기도 했겠지만 너흰 틀렸다, 우리만 옳다고 정쟁하는 그들은 다를까. 치고받고 싸운다는 건 차원과 수준, 체급이 같다는 뜻이다. 남을 흉볼 때 손가락 하나는 상대를 가리키지만 나머지는 자신을 향한다. 야당이 공천 심사에 부적절한 언행 경력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야 구분 없이 저급한 정치 행태를 벗어나리란 기대는 조금도 생기지 않는다.
    기고자 : 김규나 소설가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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