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300원짜리 고물 거문고와 첫 인연…" 눈물 쏟은 명인

    윤수정 기자

    발행일 : 2023.11.29 / 사람 A25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제30회 방일영국악상 시상식

    "거문고는 제게 운명처럼 찾아왔습니다. 어릴 적 엿장수 수레에서 300원짜리 거문고를 만나지 않았다면 제 인생은 거문고와 인연이 없었을 것 같기에…. 상을 계기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28일 열린 제30회 방일영국악상 시상식. 수상자인 정대석(73) 명인이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자 장내에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1964~1970년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 양성소 시절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다 부서진 고물 거문고로 배움을 시작했지만, 끝내 자신만의 연주 길을 개척한 명인의 소감이었다. 진행을 맡은 김성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평생을 거문고의 길에 바친 정 선생님을 비롯해 명인들을 울컥하게 하는 방일영국악상이 벌써 30년을 이어온 게 참 뜻깊다"고 했다.

    1994년 '국악의 해'를 맞아 제정된 방일영국악상은 한평생 국악 전승과 보급에 힘쓴 명인과 명창에게 수여하는 국내 최고 권위 국악상이다. 정 명인은 그간 거문고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력을 쌓아 올린 연주자로 꼽혀왔다. 이날 정 명인은 수상식 현장에서 여섯 개 명주실로 단정한 음을 뜯어 올리며 자신의 대표 3곡을 제자들과 함께 연주했다. 1988년 초연해 새 연주 기법으로 호평받은 '정대석제 거문고산조', 다채로운 음색이 돋보이는 협주곡 '수리재', 웅장한 고구려의 기상을 담은 거문고 2중주 '고구려의 여운'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정 명인은 지난 50여 년간 거문고 연주 발전과 국악 대중화 외길을 걸었다. 한때 거문고는 독주 악기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정 명인은 '달무리' '무영탑' 등 창작곡 70여 곡을 발표하며 편견을 넘어 새 길을 개척해왔다. 서울시립관현악단 수석, KBS 국악관현악단 수석 및 악장을 거치며 유명 연주자로 지낼 때도 정 명인은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2007년부터 9년간 서울대 음악대학의 첫 타과 출신 교수로 임용돼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윤미용 방일영국악상 심사위원장은 이날 심사 경과 보고에서 "정 명인은 전통악기인 거문고를 독주 악기와 창작 음악의 영역에서 이 시대의 악기로 되살렸고 거문고 연구 모임인 '정대석제 거문고산조 보존회'를 통해 후진 양성에 힘썼다"고 말했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축사에서 "주역의 '지산겸괘(地山謙卦)'처럼 겸손하게 자기 길을 정진해 온 정 명인을 거문고 분야 '불세출의 거목'으로 평가하고픈 건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인 정종섭 원장은 정 명인이 서울대 재직 시절에 동료 교수 100여 명에게 거문고를 가르치며 수 년째 인연을 이어온 '지음회' 소속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역대 수상자인 정재국(18회) 명인, 이재숙(24회), 김일구(28회) 명창과 그의 부인인 김영자 명창, 조순자(29회) 명창, 심사위원인 김영재 무형문화재 거문고산조 보유자, 김영운 국립국악원장, 유영대 고려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내빈으로 이종식 전 국회의원,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조연흥 전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 강사준 서울대 국악과 명예교수, 김해숙 전 국립국악원장, 김중채 임방울국악진흥회 이사장, 황준연 서울대 국악과 명예교수, 윤영달 크라운 해태 회장, 김성진 전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하주화 서울예대 명예교수, 김우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이상룡 종묘제례악 보유자, 라제건 각당복지재단 이사장, 민의식 한예종 명예교수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변용식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방준오 조선일보 부사장, 주용중 TV조선 대표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본문자수 : 180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