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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의 피아노 대모… 나는 여전히 공부中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발행일 : 2023.11.29 / 문화 A2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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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피아니스트 이경숙 독주회

    '한국 피아노의 대모' 이경숙(79·사진) 서울사이버대 석좌 교수가 내년 여든을 맞는다. 성대한 축하연이라도 기대할 법하지만 그는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성격상 시끄럽고 거추장스러운 건 딱 질색"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이 교수는 12월 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전곡 답파'의 기록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연주자다. 1987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시작으로 1988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1989년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19곡), 1991년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전곡(9곡)까지 차례로 '완주'했다. 하지만 연세대 음대 학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음악원장을 지낸 이 교수 자신은 정작 "내게는 언제나 무식이 약(藥)이었고, 실수와 수모가 힘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연주곡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도 1961년 도미(渡美) 당시 미국 선생님 앞에서 연주했던 곡이다. 당시 국내 콩쿠르를 휩쓸던 그는 자신만만했지만 정작 첫 악장을 마치기도 전에 중단하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선생님이 대신 건넨 곡은 베토벤의 소품 '엘리제를 위하여'였다. 미적분 풀이에 도전했더니 구구단을 시킨 셈이다. 이 교수는 "'테크닉은 그럭저럭 문제가 없는데 생각 없이 친다'는 혹독한 평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말은 평생의 화두로 남았다. 그는 "60여 년 뒤에도 여전히 '열정'을 치고 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금도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건반 앞에 앉는다. 그는 "흔히 '피아니스트가 나이 들면 깊어지고 성숙해진다'고 하지만 그건 모두 위로의 거짓말"이라며 "여전히 공부해야 음악이 나온다"고 했다. 지금은 제자들뿐 아니라 '제자의 제자들'도 국제 콩쿠르와 무대로 거침없이 진출하는 시대다. 그는 "문화적 개방을 통해서 제약이나 장벽을 허물고 실시간으로 동향과 정보를 받아들인 것이야말로 한국 음악계의 성장 동력"이라고 평했다. 그 씨앗을 직접 뿌렸던 주인공의 말이라 더욱 설득력 있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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