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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육아휴직, 아직도 OECD 평균에 한참 미달이다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발행일 : 2023.11.27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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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박한 인구 위기에 직면한 지금, 가장 시급한 저출산 대책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제대로 된 일·가정 양립'을 선택할 것이다. 단언컨대 일하는 부모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대한민국은 저출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이 돌봄은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다. 인구가 증가하던 산업화 시대에 아이 돌봄은 전적으로 여성이 책임졌다. 워킹맘이 적었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하지만 20~30대 여성의 고용률이 70%에 육박하고 맞벌이 가구 비율이 절반을 넘긴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 내에서 대체 관계인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면, 누군가 육아를 대신하거나 일할 시간을 줄여 육아에 전념하는 방법밖에 없다. 해법은 단순하지만, 타인에게 육아를 맡기면 비용이 들고 일을 줄이면 소득이 감소하는 손실이 뒤따른다. 이런 기회비용이 커질수록 출산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잘 알려졌듯이 수십 년 먼저 같은 문제에 직면했던 스웨덴,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시설 보육 지원을 늘리고 육아휴직 등 일·육아 병행 지원을 확대하면서 지금은 높은 여성 고용률과 함께 우리보다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도 이 모범 국가들과 다르지 않다. 대표적으로 영유아의 시설 보육 지원은 2012년부터 보편 무상 보육으로 확대되었고, 육아휴직 제도는 1987년 도입되어 2001년부터 고용보험 기금에서 휴직급여를 지급해오고 있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엔 제도가 잘 갖춰진 것 같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2세 미만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한국 56%, OECD 평균 35%)은 과도하게 높고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자 수(한국 29명, OECD 평균 68명)는 너무 낮은 기형적인 아이 돌봄 환경이 만들어졌다. 시설 보육을 강화하더라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시간을 늘리는 것은 육아 방식의 선택권 확대를 넘어 여러모로 중요하다. 특히 영아기에 형성되는 애착 관계는 아이의 정서와 사회적 발달에 영향을 주고, 가족의 행복 증대를 통해 부모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분명 더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회 구축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일·가정 양립 정책은 일하는 부모에게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은 눈치가 보이고 혹시 있을 불이익에 선뜻 신청하길 꺼린다.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이 평소 월급의 절반도 안 되다 보니 휴직하면서 아이를 돌볼 엄두를 못 내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휴직 급여의 25%는 직장 복귀 후 6개월 근속해야 지급하니 육아기 생계를 더 어렵게 만든다.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남성 육아휴직률은 여성의 육아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 밖에도 육아기 유연 근무 지원 확대,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사각지대 문제, 중소기업 대체 인력 확보 어려움, 기업 문화 개선 등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과 개선점을 모를 리 없다.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원 마련의 어려움이다. 예산 대부분을 고갈 위기에 처한 고용보험 기금에서 충당하고 있어 한 걸음 나아가기도 어렵다. 그러는 사이 합계출산율은 0.7을 지키는 것도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일반회계 전입금을 과감히 늘리거나 재정을 조정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금을 만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전국여성대회에서 "돌봄과 육아에 확실히 재정을 투입해서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를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국가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한 개혁적인 변화 없이 저출산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기고자 :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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