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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한민국] 프랑스는 어떻게 英·獨을 꺾고 투자 유치 유럽 1위가 됐나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발행일 : 2023.11.27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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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이나 코엑스, 홍대 입구 등을 다니다 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과거 쇼핑 위주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일색에서 벗어나 훨씬 많은 국가의 관광객들이 자신들의 취향을 찾아 서울이라는 공간 자체를 즐기는 형태로 변화했다. 가수들의 새로운 음원이 발표되면 유튜브 댓글창은 다양한 외국어로 순식간에 뒤덮인다. 세계로부터 사랑받는 대한민국이 된 듯한 느낌은 낯설지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지난 7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우리의 노력을 이제 모두가 알아주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화려한 이면에서 대한민국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 1위를 지켜오던 조선 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으며 인력 부족으로 인한 납기 지연은 일상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다. 경쟁력이 약화된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접으면서 조선업 생태계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로 간주되던 이차전지의 경우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은 우리나라 업체들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점점 벌려가고 있다. 가격경쟁력과 성능을 모두 갖춘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하고 있으며, 국내 수입 상용차 시장의 3분의 1을 중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중국 인터넷 쇼핑몰이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으로 국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와중에 국내 유통 업체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에서 밀리고 발밑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은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대응을 위한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체계적인 국가 발전 전략과 산업 정책은 힘을 잃은 지 오래지만 이를 대체할 시장의 힘은 독과점 체제에 갇혀 있으면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정책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지만 정작 집행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어렵게 만들어진 변화를 위한 시도들은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하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정작 국가가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반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요금 인상과 구조 개편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연금 개혁은 말 잔치로 끝나기 일쑤이다.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적 투쟁과 갈등은 격화되고 있지만 그렇게 권력을 잡아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지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런 측면에서 프랑스의 변화는 놀랍고 부럽게 다가온다. 오랫동안 프랑스는 악명 높은 관료주의와 파업에 몰두하는 노동조합으로 인해 개혁이 불가능한 나라로 여겨졌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세금 부담으로 기업들은 해외로 떠나고 기득권을 고수하는 사회구조로 인해 높은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는 국가였다. 강력한 수출 경쟁력, 유화적인 노사 관계, 생산적인 산업구조를 갖춘 이웃 독일과 대조되는 국가가 프랑스였다. 하지만 프랑스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 GDP 성장률은 독일의 두 배에 이르고 있으며, 제약, 소프트웨어, 통신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지난 4년 연속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해외 직접투자를 유치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는 중앙 집중화된 체제를 통해 민간 부문 산업을 지원하고, 투자자를 유인하며 기업가를 육성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프랑스는 '재산업화'라는 목표하에 법인세를 33%에서 25%로 인하하고 노동법을 유연하게 개정하였다. 기업과 관련한 인허가 행정절차는 17개월에서 9개월로 신속해졌다. 공공투자 은행인 Bpifrance는 주요 산업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재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연간 15억유로(약 2조1443억원) 순익을 올렸다. 스타트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정책을 통해 기술 분야 인재와 투자를 유치함으로서 2025년까지 25개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2022년에 조기 달성하였다.

    이와 동시에 신속한 정책으로 위기 상황을 타개하였다. 코로나 상황에서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신속하게 재정 정책을 집행하였고 경영난에 시달리던 전력공사(EDF)를 2022년 과감하게 국유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을 유지하였다. 원자력발전을 통한 저렴한 전기 요금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EU 전기 요금 제도 개편을 주도하면서 전기 요금 경쟁력을 통한 기업 유치에 성공하고 있으며, 동시에 에너지 전환을 위한 리랑스(Relance)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넷 제로(Net Zero·탄소 중립)를 추진하는 기업들 역시 프랑스로 향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와 같은 변화는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지속적인 개혁 노력을 한 결과이다. 입에는 쓰지만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투여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연금 개혁 등은 대규모 반발을 가져왔고 지지율은 급락했지만 프랑스라는 나라의 경제적 매력은 높아졌고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실업률은 7% 수준으로 낮아졌다.

    프랑스의 사례는 국가가 올바른 방향을 잡고 일관된 정책을 신속하게 전개하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와 우리는 국가 주도 경제발전 전략을 채택하여 성장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전략적 산업 육성을 통한 제조업 고도화에 성공했던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차이점이라면 정치권의 의지와 결단 그리고 일관성일 것이다.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국가의 역할과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국가 주도'는 더 이상 과거의 단어가 아닌 미래를 위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 그리고 빠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픽] 해외직접투자(FDI) 유럽 국가 상위 10국 /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업체
    기고자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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