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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423) '과방(果房)지기'

    조용헌

    발행일 : 2023.11.27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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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음식으로 유명한 도시를 꼽자면 개성, 전주, 진주다. 세 군데 모두 음식 재료를 구하기가 쉬운 물류 중심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 육지의 농산물, 그리고 산에서 나오는 산나물이 어우러져 'K 푸드'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경남 진주는 경상도에서 가장 물산이 풍부했던 도시였다. 지리산의 풍부한 미네랄을 머금고 흘러 내려온 남강물이 도시 전체를 관통하면서 감아 도는 지형이다. 수량이 풍부한 남강이 넘실넘실 도시 전체를 감아 도는 지형은 풍수적으로도 길지(吉地)에 해당한다. 도시 전체에서 여유로운 수기(水氣)가 느껴진다. 진주는 인물이 배출될 수밖에 없는 도시이다. 조선 시대 노론 권력에 탄압받던 진주권의 남명학파가 시절 인연을 만나 꽃을 피운 것이 재벌이다. 삼성, LG, GS, 효성의 발원이 모두 이 근방이라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음식 재료가 풍부했던 진주의 미식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인물이 내가 보기에는 박미영(60) 박사이다. 진주에서 발달했던 교방음식(敎坊飮食) 전문가이다. 교방음식의 대표 선수는 꽃밥[花飯]이다. 최고급 비빔밥이다. 요즘 주목받는 지중해 식단, 고혈압 심장병 환자를 위한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고혈압 예방 식이요법)' 식단에 못지않은 요리가 꽃밥이라는 주장이다. 산나물과 채소가 풍부하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 요리의 특징은 음식이 곧 약이 되는 약식동원(藥食同源)에 있다고 보고, 그러한 약식 재료가 많이 들어간 요리가 비빔밥이라는 것이다. 나물을 많이 쓰는 요리는 한국 요리가 최고봉이다. 그 역사적 근거를 밝히기 위하여 '조선왕조실록', '오주연문장전산고', '임원경제지'를 비롯하여 조선 시대 선비들의 문집도 파고 들어갔다. 요리 전문가가 온통 한문으로 된 고전의 세계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법인데 마침 진주에 사는 우리나라 한학의 대가 허권수(71) 선생의 도움을 받아 각종 전거(典據)를 밝힐 수 있었다. 이론과 현장 요리 양쪽 모두에 조예가 깊어진 셈이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습니까?" "친정어머니와 할머니가 모두 과방지기였습니다." 최고의 셰프를 '과방지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동네잔치나 회갑잔치를 할 때 그 요리를 총괄하는 셰프이다. 식사 마지막쯤에 과일과 후식을 예쁘게 다듬어 내주는 요리 공간이 과방(果房)이다. 마스터 셰프는 과방에 있었다는 것이다. 안과 의사인 남편은 돈 벌어서 와이프 교방음식에 다 썼다.
    기고자 : 조용헌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23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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