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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경찰들, 장기 사건 놔두고 나 몰라라 전출

    주형식 기자

    발행일 : 2023.11.27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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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감사서 100명 안팎 적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경찰서 캐비닛에서 잠자는 사건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를 상대로 감사를 벌였더니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100명 가까운 경찰관이 6개월 이상 장기 사건을 그대로 두고 다른 부서로 옮겼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3~5월 '전출 전 자기 사건 책임 수사제'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실시했다. 매년 1월 인사철만 되면 일부 수사관들이 사건 처리를 미루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경찰청이 이런 감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6개월 이상 장기 사건을 10건 이상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인사 이동한 수사관 12명에게 경고와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들 수사관의 상급자 3명에 대해서도 '관리·감독 미흡' 책임을 물어 주의 조치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건 처리 지연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112 신고 사건을 처리할 때 경찰서 간, 부서 간에 책임을 미루다가 지연된 사건도 5건 넘게 발견됐다. 담당 경찰관 4명은 주의 조치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경찰서 부서들이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미루는 바람에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조사를 받았고, 부서 간 배당 다툼으로 사건 배당 자체가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지구대·파출소와 경찰서 간에 사건 인수·인계가 지연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서초경찰서가 작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건 인수·인계가 지연된 사례를 전수 조사했더니 절도 사건의 인수·인계가 237일 늦어진 경우도 있었다. 총 21건의 인수·인계 지연 사례가 발견됐는데, 지연 기간은 대부분 한 달 이상이었다. 서초서 관계자는 "사건 해결이 어렵다 싶으면 담당자들이 사건을 받지 않으려고 피하거나, 받았더라도 처리 순서를 후순위로 미뤄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일선 수사관들은 "인원 확충 등 사전 준비도 없이 검경 수사권 조정이 덜컥 시행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모 경찰서의 수사관은 "사건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와중에 인사철이 다가오면 그냥 캐비닛에 두고 가자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 1인당 사건 처리 소요일'은 2019년 50.4일, 2020년 55.6일이었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계속 늘어 2021년 64.2일, 2022년 67.7일로 나타났다. 사기 같은 지능 범죄 사건 처리는 지체 현상이 더 심하다.

    경찰청은 이번 감사를 일회성으로 마무리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출 시 사건 방치 등 고질적인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발견된 관리 미흡과 악질적 사례 등을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기고자 : 주형식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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