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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설득 못하고 국민 설득하겠나"

    김태준 기자

    발행일 : 2023.11.25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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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퇴설' 與혁신위원 3인 인터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소속 민간 위원 3인이 "혁신위가 시간 끌기용으로 소모될 수는 없다" "욕심과 두려움에 휩싸여 혁신위의 요구를 무시하는 지도부의 모습에 무기력과 분노를 느낀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들을 비판했다. 혁신위가 요구한 친윤 및 중진들의 험지 출마 권고가 사실상 거부되자 최종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당 지도부와 일부 혁신위원들에 대해 "우리도 설득시키지 못하면서 대체 국민을 어떻게 설득시키겠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24일 이젬마, 임장미, 박소연 혁신위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비공개 면담을 가진 직후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인 위원장에게 "최근처럼 혁신위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시간 끌기용'으로 쓰인다면 혁신위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 위원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정무적 판단도 필요하니 나와 함께 움직여 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들 3명은 정치인이 아니다. 이젬마 위원은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장미 위원은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위원은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다. 국민의힘이 가장 취약한 40대 여성이란 공통점도 있다.

    이들이 인 위원장을 면담한 건 전날 혁신위 회의 때 김경진 위원이 한 발언 때문이다. 그는 "혁신위는 김기현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라며 "이미 (결론이) 다 정해져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이들은 "이런 식으로는 혁신위가 굴러가기 힘들다"고 항의한 것이 사퇴 표명으로 와전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퇴를 한 순간 전(前) 혁신위원이 돼 버리는 것이고, 혁신위에서의 발언권도 사라진다"며 "우리는 국민이 원하는 바를 당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의 혁신위 대변인 사퇴와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며 "당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든 혁신위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당시 혁신위 회의에서는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계 핵심 의원들의 불출마 내지 험지 출마를 골자로 한 2호 혁신안을 당일 바로 최고위에 요구할지, 일주일 정도 뒤에 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이 위원은 "우리가 바로 최고위로 넘기자고 한 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험지 출마에 응답했을 때가 타이밍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응답했다"며 "한 주를 끌면 그사이 동력이 없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이들의 요구에 인 위원장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하면서 "일주일의 시간을 주겠다" "변화가 없다면 다음 주에 아주 강한 메시지를 낼 것"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특히 혁신위의 권고를 뭉개고 결국 지도부 대 혁신위의 대결 국면을 형성시킨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혁신위원 3인은 "인 위원장이 원 장관에게 '눈물이 나게 고맙다'고 했는데 눈물이 난 건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모두가 어떤 게 답인지는 다 안다. 그럼에도 몸만 사리는 모습을 보면서 무기력과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박 위원은 "무엇이 (지도부의 용단을) 가로막고 있나"라며 "욕심인가 두려움인가. 나는 아이 키우고 일하는 엄마인데 (지도부의) '시간 끌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국민들이 이용당할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이 위원은 "국민의힘을 밖에서 볼 때 가장 싫은 게 친윤 대 비윤으로 갈라서 싸우는 거였다. 이제는 혁신위와 최고위가 싸우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걸 피하고 싶었다. 혁신위에서 메아리가 울리면 지도부에서 반향을 일으켜 주길 바랐다"고 했다.

    임 위원은 지도부에 "사즉생 생즉사"라며 "제발 지역구 스타가 아닌 전국구 스타가 돼 달라"고 했다. 인 위원장의 'PK·TK 스타들은 험지로 가 달라'는 말을 차용한 것이다. 이어 "나는 해외에서 일을 많이 한 사람이고, 대한민국의 위신을 세우는 걸 바란다"며 "국민의힘의 혁신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혁신위라고 생각하고 참여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나는 정치에 관심을 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혁신위 내부에서 '이미 다 얻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혁신위가 최근 한 달간 언론에 주목을 받으며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식으로 얘기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다음 주까지 2호 안건인 인적 쇄신을 받지 않는다면 혁신위는 조기 종료할 수 있다고 했다. 당초 활동 기한은 내달 24일이다. 이들은 "2호 안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혁신위가 더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들 3인과 평소 뜻을 같이해 온 오신환 혁신위원도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혁신위 해체밖에 없지 않나"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혁신위가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혁신위가 끝나기 전 반드시 그에 대한 언급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혁신위 전체 의견이 아닌 사견임을 전제하고, 대통령이 '소통'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대통령의 정책 방향은 맞는다고 생각되지만 소통은 문제가 있다"며 "연구·개발(R&D) 예산 문제만 해도 현장에서 '이건 문제다' 하는 의견은 많다. 그런데 이게 갑작스럽게 (카르텔로 지칭되니) 현장에서 당황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임 위원은 "혁신위가 끝나고 우리의 시선을 전달하고 싶다.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래픽] 당 지도부 비판한 혁신위원 3인
    기고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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