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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뉴 엔진'] [3부] (3) 한국 첨단농업, 세계서 러브콜

    송혜진 기자 이미지 기자

    발행일 : 2023.11.25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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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사막에 'K스마트팜' 녹색 혁명

    지난달 중순 찾은 경기도 이천 애그테크(AgTech·첨단 농업) 기업 엔씽의 스마트팜은 30㎡(약 9평)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 38개가 붙어있는 거대한 컨테이너촌(村) 모습이었다. 외관은 그저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것처럼 보였지만 엄격한 검역 절차를 거쳐 안으로 들어서자 초록 농장이 펼쳐졌다. 외부 온도나 습도는 물론, 가뭄과 태풍 같은 자연재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재배 환경이 제각각인 다양한 채소를 키우고 있었다.

    직원들은 패드와 스마트폰을 들고 채소가 자라는 영양 배지(培地) 상태를 체크하고, 영양분을 추가로 투입하기도 했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동이면 한 해 상추 4t을 수확할 수 있다. 일반 노지에서 거둘 수 있는 생산량의 40배 수준"이라고 했다. 이 스마트팜은 컨테이너 형태로 모듈화돼 있어 외국의 어떤 곳에 갖다놓더라도 현지 날씨나 토양 상황에 관계없이 각종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엔씽은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와 3000만달러(약 391억원) 수출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K스마트팜'이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농업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혹한기와 혹서기 같은 기후에 구해받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선보이며 특히 농작물 재배 환경이 척박한 중동·아프리카·동남아 국가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는 것이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8만6000㎡(약 2만6000평) 규모의 3동짜리 실내 온실. 삼중 유리로 된 온실 안에 설치된 진홍빛 LED 네온 아래 스테비아 토마토, 샐러드용 유러피안 채소 등이 자라고 있다. 애그테크 기업 우듬지팜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한국형 ICT(정보 통신 기술)를 적용한 반밀폐 유리온실이다. 농부 없는 농장인 이곳은 100% ICT로 통제·관리된다. 외부에 설치된 공기열 히트 펌프로 냉난방을 하고, 내부 자연광이 부족하면 LED가 자동으로 빛을 보충한다. 모래나 먼지 때문에 빛 투과율이 낮아지지 않게 청소 로봇이 주기적으로 유리 천장을 청소한다. 한국 기후의 특징인 혹서기·혹한기에도 첨단 기술로 사계절 내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우듬지팜 관계자는 "중동에 있는 기존 온실에선 보통 1년 중 겨울철 넉 달 정도만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한국의 스마트팜은 365일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듬지팜은 지난 9월 사우디와 1900만달러 규모의 업무 협약을 맺었고, 앞선 6월엔 베트남에서 1400만달러 규모의 토망고(단맛을 높인 토마토류) 스마트팜 구축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한국 스마트팜은 좁은 농작물 재배 환경에서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해 왔다. 여름 폭염·장마, 겨울 한파·가뭄이 반복되면서 작황은 물론 당도·품질까지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노지 재배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장치·센서·시설을 연구·개발한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스마트팜으로 성장하는 비결이 됐다. 또 스마트팜 기술을 현지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물을 담수화하거나 수로를 확보하는 과정인 이른바 '미드테크'에서도 강점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아프리카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농업 환경 자체를 바꿔가고 있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 이겨낸 한국의 '미드테크'

    지난달 25일 카타르에서 열린 한·카타르 무역 상담회에선 중소 스마트팜 업체인 플랜티팜이 중동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었다. 좁은 공간에서도 고부가가치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는 수직 농장 '티팜' 덕분이었다. 칸칸이 재배실이 마련된 높이 10m, 가로·세로 26m짜리 단일 수직 농장 한 곳에서 곱슬꽃상추 27만여 포기를 키울 수 있다. 축구장 40여 개 크기의 땅이 필요한 농사를 수직 농장 한 곳에 압축한 것이다.

    아그로테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사막 한가운데에 한국식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짭짤이 토마토'라고 부르는 우리나라 대저 토마토와 보랏빛 가지를 키우고 있다. 현지 비닐하우스 뒤편에 거대한 냉각수 탱크, 비료 탱크와 연결한 관수 시설을 만들어 물과 영양분을 공급한다. 섭씨 45~60도에 육박하는 아랍에미리트 기온에 맞춰 자동으로 팬을 돌리고 온도·습도를 조절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아그로테크의 스마트팜은 현지 다른 업체보다 물은 60%가량 절감하면서도 생산량은 2배가량 많다.

    ◇딸기부터 사프란까지, 현지 수요 맞춤형

    현지 시장에서 인기 많은 과채류나 향신료를 맞춤형으로 생산해 내는 것도 한국 스마트팜의 장점이다. 우듬지팜은 중동에서 초고가 향신료인 사프란과 바닐라, 의료용 대마 등을 키워내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1위 라면 업체 농심은 지난 3월 사우디와 3000만달러 규모의 스마트팜 수출 업무 협약을 맺고, 한국 품종 딸기를 365일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설치하기로 했다.

    시장조사 업체 BIS리서치가 올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올해 176억달러에서 2026년에는 281억달러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도 스마트팜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전략 수출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스마트팜 수출은 작년 8580만달러에서 올해 2억5510만달러로 197% 증가했다.

    [그래픽] 스마트팜 수출 실적 / 국내 주요 스마트팜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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