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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위안부 피해자에 배상하라"… 1심 뒤집혔다

    양은경 기자 방극렬 기자

    발행일 : 2023.11.24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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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위안부 소송' 첫 2심 선고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첫 항소심 판결이 23일 나왔다.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과 이용수 할머니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이었다. 앞서 1심은 "국제법상 '국가 면제'에 따라 소송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2심에서는 결론이 뒤집혔다. 국가 면제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서울고법 민사 33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일본 정부는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 1인당 위자료 2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 쟁점은 과거 일본이 한국을 점령한 상태에서 한국민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한 행위에 대해 국가 면제를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2021년 4월 1심 재판부는 "일본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성관계 강요는 일본의 (위법한) 주권 행위로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일본이 한국 영토 안에서 한국민에게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제 관습법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일본은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피해자들을 납치·협박해 위안부 생활을 강요한 불법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국가 면제의 법리는 다른 국가의 법원이 재판권을 일절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면제'에서 비(非)주권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제한적 면제'로 점차 발전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 국가 면제 협약, 유럽 국가 면제 협약, 이탈리아 법원의 페리니 판결, 브라질 최고재판소 판결, 2022년 4월 선고된 우크라이나 대법원 판결 등에서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다수 확인됐다"고 했다.

    지난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강제 노역을 한 루이키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자국의 재판권을 인정하면서 페리니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독일이 ICJ(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자 ICJ는 국가 면제를 근거로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ICJ는 무력 분쟁 중인 경우 국가 면제가 적용된다고 봤는데 일본의 위안부 동원은 (한일 간) 무력 분쟁 중이 아니어서 ICJ 판결과도 배치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이 사건을 포함해 모두 2건이다. 앞서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1심부터 위안부 할머니 측이 이겼다. 당시 일본 정부가 항소 등 법적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아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 사건의 1심 선고는 지난 2021년 1월 나왔는데 재판부는 "반(反)인권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면제가 적용될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정부의 대응 방식을 볼 때 이번 항소심 판결도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본 정부에 송달한 서류가 반송돼 왔고 일본 정부가 1965년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합의가 손해배상 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변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대로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되면, 대법원이 국가 면제 부분을 판단해 볼 여지도 사라지는 셈이다.

    한 법조인은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국내에 있는 일본 정부 자산을 압류해 매각한 뒤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21년 1월 1심 판결이 확정된 소송에서 일본 정부 자산을 파악하는 절차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사법부 판단 범위를 넘어선 판결"이라며 "국가 간 조약으로 해결할 문제에 사법적 판단을 하는 게 국제법적으로 정당한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일본 대사관이나 문화원 등을 강제로 압류할 것인가"라며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제 징용 소송보다 훨씬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일본 외무성의 오카노 마사타카 사무차관은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소심) 판결은 극히 유감"이라며 "일본 정부로서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국 정부가 강구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면제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이다. 국가 간 평등 원칙상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재판을 받는 것은 부당하므로 외교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라는 취지다.

    [그래픽] 국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일본 정부 상대 소송
    기고자 : 양은경 기자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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