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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곳이 삶 결정하는 시대… 넉넉하지 않아도 당차게 산다

    이영관 기자

    발행일 : 2023.11.23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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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 펴낸 김혜진
    집과 얽혀 사는 인물들 마음 들여다봐

    잿빛이 감도는 집에는 어떤 향기가 날까. 단편 '20세기 아이'는 재개발 동네에 사는 소녀 '세미'의 감각을 따라 이런 질문을 던진다. 20세기에 머무른 듯한 동네지만 세미는 당돌하다. 물난리가 난 곳에서 고쳐 팔 만한 물건을 찾고, 집을 사러 오는 이들을 기다리는 게 낙이다. 희망은 또다시 좌절되지만, 세미는 말한다. "21세기보다 20세기가 더 좋을 수도 있잖아요." 김혜진(40·사진) 소설가는 이 단편에 대해 "태어난 장소가 삶의 많은 것을 결정하는 시대지만,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의기소침할 거란 것은 편견"이라며 "활기 있는 모습을 재미있게 쓰고자 했다"고 했다.

    김혜진의 세 번째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문학과지성사)은 집을 둘러싼 인물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펼쳐 보인다. 집을 소재로 삼은 8개의 단편을 묶었다. 장편 '딸에 대하여'(2017)가 프랑스 등 16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대산문학상 등 문학상을 여럿 받으며 주목받은 작가다. 2012년 등단해 장편 4권, 소설집 3권 등을 냈다. 그는 "(소설이)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른 것을 읽어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8개의 단편은 그의 삶에서 모였다.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 생활 약 17년 차다. 서울에서만 8번 정도 이사를 다녔다. "자주 이사하다 보니, 처음엔 마음먹고 집에 대해 쓰기로 했어요. 점차 집과 관련해 수치화될 수 없는 개인적인 것들로 확장됐습니다."

    표제작은 집을 청소하는 이들의 이야기.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청소 업체 사장의 행동에 실망한 '인선'은 결국 회사를 관둔다. '돈을 제대로 못 받을 때 억울하지 않냐'는 동료의 질문에, 인선은 농담 삼아 "축복을 비는 마음으로 (청소)한다"고 답한다. 작가는 "제 작품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희망적 결말"이라고 했다.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있지만, 자주 잊으면서 살게 되는 정도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희망을 가지라'는 말은 식상하잖아요. 어떤 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면 나름의 좋은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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