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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아직도 이 나라는 '文 유령 정부' 휘하인가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발행일 : 2023.11.22 / 여론/독자 A3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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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국회 산업위원회에서 원전 분야 예산 1820억원을 삭감하고 신재생 예산 4500억원을 증액 통과시켰다. 원전 수출도 하지 말고(수출 보증 예산 250억원), 차세대 기술 개발도 포기하고(소형 모듈 원자로 R&D 333억원), 원전 산업 생태계도 망가지도록 내버려두자는(생태계 조성 1112억원) 것이다. 이 나라는 문재인 유령 정부가 아직도 관리하나 하는 착각 아닌 착각이 들었다.

    '탈원전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문 정부 탈원전이 원자력계에 뼈아픈 상처를 입혔지만, 길게 보면 쓴 보약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탈원전 이전엔 환경운동권은 말할 것도 없고 사방에 원자력 적군뿐이었다. 탈원전 토론이 벌어지면서 비로소 원자력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됐다. 원자력은 한국엔 꼭 필요한 에너지라는 것, 원전 위험도는 엄청 과장됐고, 원자력이야말로 청정 에너지라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게 됐다. 그런데 야당의 원자력 예산 칼질 사태를 보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론도 중요하지만 국회 등 제도 권력을 정상으로 돌려놓지 못하면 국가 앞길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반(反)원전 성향은 원자력에 덮어씌워진 오도된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예를 들면 원자력은 자연 원소를 인간이 억지로 변형시켜 만들어낸 반(反)자연에너지라는 생각이다. 반면 태양광·풍력은 태양의 순수 자연에너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태양 에너지도 원초적 출발은 태양이 지닌 수소 원소들이 헬륨으로 결합하면서 나오는 핵융합 에너지다. 그것도 자연 원소의 변환이다. 지구에 작용하는 에너지엔 태양 말고 지열도 있다. 지열 역시 지각 내부의 우라늄 등이 방사성 붕괴를 하면서 뿜는 열이 지구 밖으로 스며 나오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에너지는 궁극적으론 핵(核)변환에서 비롯된다. 그것들은 모두 자연에너지다.

    태양광·풍력은 분산 에너지라서 민주적이고, 원자력은 거대 집중 에너지여서 국민과 소비자를 권력의 힘으로 옭아맨다는 주장도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국민과 유권자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때 그것이 민주(民主) 이념의 구현 아니겠는가. 우리 국민은 각자 태양광·풍력을 지붕에 달아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길 원하는 것인가. 아닐 것이다. 어딘가에서 누군가 최대 효율로 싸고 깨끗한 에너지를 대량생산해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 넉넉하게 공급해주는 것을 원할 것이다. 분산이 민주적이라면 가정마다 쌀과 채소도 스스로 생산해 먹을 때 그것이 민주적이고 낙원인가. 쌀은 소수 농민이 집약 생산해 공급하고 나머지 인구는 더 생산적이고 흥미 있는 일에 종사할 때 낙원은 더 가깝게 있다.

    원자력은 거대 에너지라서 더 권력 집중적이고 더 음모적이라는 것도 인식 혼란이다. 비리 수사를 받고 있는 안면도 태양광의 경우 100만평 거대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가득 채우게 된다. 제너럴일렉트릭의 12MW 해상풍력 발전기는 높이가 63빌딩(250m)보다 높다. 이런 태양광·풍력 거대 단지에서 전기를 소비지까지 옮기려면 광대한 원격 송전망을 갖춰야 한다. 이것들이 분산적이고, 목가적이고, 자연형 에너지라고 보는 근거는 뭔가.

    2030 NDC(온실가스 40% 감축)나 2050 탄소 중립은 실현 가능성은 도외시하고 컴퓨터로 도달 경로를 뚝딱 뽑아낸 과학 픽션에 가깝다. 저명 에너지 학자인 바츨라프 스밀에 따르면, 독일이 20년간 탈원전, 신재생 확대의 에너지 전환을 밀고 왔지만 화석연료 비율은 84%에서 78%로 줄었을 뿐이다. 중국 도시 100가구당 자동차 대수는 1999년 0.34대에서 2019년 40대로 100배 넘게 늘었다. 인도의 14억, 아프리카 13억 인구도 중국처럼 되기를 소망한다. 중국처럼 탄소를 펑펑 쏟아내더라도 발전하고 싶다는 그들의 열망을 누를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는 에너지의 70%를 신재생에서 얻겠다면서 그 경우 전력 저장 장치에 700조~1200조원이 든다는 계산을 뽑아 놓고도 "(탄소 중립은) 가야 할 길인 만큼 소요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시치미를 뗐다. 국민을 속였고 스스로도 자기 세뇌를 했다.

    탄소 중립으로 가려면 동원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소형 모듈 원자로 연구비를 통째로 잘라냈다. 미래에 뭘로 먹고살지 손톱만큼도 고민하는 자세가 아니다. 운동권 문화인지, 좌파 정신인지 모르겠지만 관념 환경주의에 사로잡혀 에너지에도 좌파 에너지, 우파 에너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들이 정부를 운영했을 때 비정규직을 위한다며 도입한 정책이 비정규직을 괴롭혔고, 세입자를 돕겠다던 정책이 세입자를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 에너지만큼은 기술 중립의 자세로 접근들 하시라. 가슴은 금고에 넣고, 두뇌는 계산기로 대체하라는 말이 있다.
    기고자 :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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