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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41) 더 크고 넓은 세상으로 발돋움하는 그대에게

    김규나 소설가

    발행일 : 2023.11.22 / 여론/독자 A3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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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환영하고 축하한다. 나에게는 당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큰 기쁨이다. 나는 당신이 이곳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우선, 당신이 지금 이곳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자 떠돌아다니던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배열되어야만 했다. 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존재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이 되어야만 한다.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중에서

    수능 시험장에 자녀를 들여보내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쏟아져 한참을 차 안에서 울었다는 학부모 이야기를 들었다. 인생의 첫 관문으로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키우는 동안 마음 졸이고 속상했던 순간들, 기특하고 고마웠던 장면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벌써 품을 벗어나 넓은 세계로 떠나는구나, 서운함과 대견함이 뒤섞여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을 것이다.

    예비고사와 본고사, 고교 내신, 학력고사, 논술고사, 수학능력시험, 대학 자율 결정.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 제도는 갈팡질팡한다. 교육 현장엔 교권 추락, 학생 간 따돌림, 학부모 불만이 빗발치고, 코로나 방역은 교실에서 배워야 할 많은 경험을 빼앗았다. 학교 밖 세상에서도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며 하루도 전쟁 없는 날이 없다.

    과학에 대한 거의 모든 기본 지식을 흥미롭게 소개하는 논픽션 작가 빌 브라이슨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 중 상당수는 한때 셰익스피어의 몸속에 있었을 수도 있다. 베토벤은 물론 거의 모든 역사적 인물들로부터 물려받은 것들도 각각 수십억 개는 될 것'이라며 과학을 뿌리 삼아 한 번뿐인 삶의 소중함과 개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정치 뉴스만 봐도 일류 대학을 나왔다고 똑똑한 건 아니구나, 하버드에 다녔다고 대단한 게 아니구나, 사법고시에 붙었다고 훌륭한 것도 아니구나, 알게 된다. 수능을 봤든 안 봤든, 대학에 가든 안 가든 열아홉 살의 선택이 평생의 행불행을 결정하진 않는다. 오히려 너무 멀어서 상상한 적 없는 우주, 너무 가까워서 있는 줄 몰랐던 내면을 볼 수 있다면, 밤바다에서 등대를 찾은 조각배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행복은 천천히 멀리 돌아야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섬의 들꽃 같은 것이기에.
    기고자 : 김규나 소설가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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