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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승부사들] (7) 웹툰 '용감한 시민' 김정현

    이영관 기자

    발행일 : 2023.11.22 / 문화 A2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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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함과 대중성 사이서 밀당… 유행·오타쿠만 좇아가면 실패

    주인공이 부조리에 맞서는 '정의 구현'은 요즘 웹툰의 단골 주제다. 그러나 정의(正義)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채, 대리 만족을 주는 데 치중한 작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용감한 시민'의 동명 원작 웹툰은 이 점에서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다. 주인공이 속물이라는 설정이다. 기간제 여교사 '소시민'은 합기도 실력자이지만, 학교 폭력 현장을 목격해도 심드렁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선 잡음을 만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훗날 그가 학교 폭력의 주동자를 제압하는 계기 역시 개인적인 복수다. 9년 전 연재된 이 작품은 주인공이 정의감을 키워 나가는 서사를 유머를 섞어 그려내 호평받았다. 김정현(39) 작가의 웹툰 데뷔작. 서울 마포구 웹툰 회사 '더스튜디오파란'에서 만난 김 작가는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학교 폭력을 방관한 교사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방관한 교사가 제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어떻게 반응할까란 물음에서 시작한 이야기"라고 했다.

    김 작가는 만화 강국 일본에서 촉망받는 신예였다. 한국 애니메이션고등학교를 졸업, 일본 교토세이카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했다. 일본 3대 출판사인 고단샤 주최 '지바 데쓰야상'(2006)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고, 다른 신인 만화가상도 여럿 거머쥐며 일본 만화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작 그는 당시를 '가슴 뛰게 일하지 못했던 때'라고 회상했다. "한국에서 만화 작가로 먹고살기 힘들 것 같았고, 큰물에 가보겠다는 패기로 유학을 갔어요. 주변에서 '일본에서 이름을 알리는 한국인 작가가 되라'는 말을 들으며 막연한 사명감으로 일했습니다. 2012년 군에 입대하러 한국에 왔다가 충격받았어요.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이 웹툰을 보더군요. '한국이 이렇게 변했어?'란 생각에 웹툰을 해보기로 했죠."

    이젠 웹툰계에서 '김정현'은 보증수표다. '용감한 시민' '파도를 찾아라' 등 작품에서 탄탄한 스토리와 수려한 그림 실력을 증명했고, 글로벌 조회 수 16억 웹툰 '싸움독학'의 그림 작가로 이름을 크게 알렸다. 2년 전 '더스튜디오파란'을 세워 웹툰의 'IP(지식재산권) 파워'도 시험하고 있다. 미국 넷플릭스 애니메이션과 중국 영화로 제작을 앞둔 것들도 있다.

    그는 "영상물과 만화의 언어는 완전히 다르다. 둘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 '용감한 시민'에선 제 가 의도했던 부분을 살리지 않은 점이 아쉽죠. 주인공이 학생을 위하는 정의로운 마음으로 문제 학생들에게 힘을 행사한 게 아닌데, 영화에선 정의로운 마음으로 묘사됐습니다. 물론 영화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 걸 압니다."

    김정현의 작품은 '대중성'과의 밀당에서 탄생한다. 최근 네이버 웹툰에 연재를 시작한 '킬러 배드로'는 가장 강력한 노장 킬러 '배드로'가 조직에서 제거될 위기에 처하자, 젊은 시절 몸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이다. 주인공이 힘을 숨긴 채 킬러 양성 학교에 들어가 벌어지는 좌충우돌과 액션이 돋보인다. 작가는 "해외처럼 오타쿠가 아닌 일반인들이 모두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학교'라는 설정을 넣었다"고 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은 없잖아요. 스토리가 학교를 잠시 찍고 가는 편이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대신 소재가 유행하는 회귀·빙의·환생이 아니라, 회춘입니다. 저는 유행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어서 누군가 이미 한 만화를 하기 싫어해요. 물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강요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움 속에 독자에게 익숙한 무언가를 넣습니다."

    그는 현재 웹툰 작품 2개를 연재하고, 회사에서 준비하는 신작 3개에 관여하고 있다. "일본 유학 당시 인정받았음에도 '만화 그리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자격지심이 쌓였어요. '한국 작가들은 재능은 좋으나 많이 배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 만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르게 만들고 싶은 사명감이 있어요."
    기고자 : 이영관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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