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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세기의 마피아 재판'… 207명 징역 합쳐 2150년

    조성호 기자

    발행일 : 2023.11.22 / 국제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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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드랑게타' 조직원·정부 조력자 등 338명 1심 판결

    20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 비보 발렌티아 법원의 임시 법정. 여성 판사 세 명이 입장하고, 살인, 범죄 조직 가입, 마약 거래,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된 마피아 조직 '은드랑게타' 구성원들과 조력자 등 피고인 338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시작됐다.

    주심 브리기다 카바시노 판사가 피고인의 이름과 형량을 읽는 데만 1시간 40분이 걸렸다. 이날 전체 피고인의 61%(207명)가 유죄를 인정받아 총 2150년의 형량이 선고됐다. 검찰 구형량(총 5000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법정 앞으로 몰려든 외신과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일제히 "세기의 재판에서 마피아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재판은 2021년 1월 시작될 때부터 '세기의 마피아 재판'으로 이탈리아뿐 아니라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1986년 2월 10일부터 1992년 1월 30일까지 마피아 465명을 대상으로 약 6년간 진행돼 '막시 재판(대재판)'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형사 공판 이후 최대 규모였기 때문이다. 338명을 재판에 넘긴 사건의 수사는 7년 전인 2016년 시작됐다.

    은드랑게타는 칼라브리아를 본거지로 두고 있다. 시칠리아의 '코사 노스트라', 나폴리의 '카모라'와 함께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조직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수사 당국은 이들이 남미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2016년부터 장기간 수사를 벌였다. 최소 11개 지역에서 은밀하게 저인망식으로 동태를 살피며 범죄 증거를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성탄절 직전에 대대적인 용의자 체포에 나섰다. 작전명은 '스콧의 부활'이라는 뜻의 '리나시타 스콧'. 은드랑게타의 국제 마약 범죄 혐의를 밝혀낸 미국 특수 요원 스콧 W 시벤의 이름에서 따왔다. 연인원 2500명의 경찰이 동원된 대규모 작전이었다.

    재판을 앞두고 죄를 자백한 피고인과 가족, 검찰, 심지어 법관의 신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탈리아 사법부는 콜센터 한 곳을 개조해 벙커처럼 탄탄한 방어 장비를 갖춘 임시 법정을 만들었다. 방청석은 대형 뮤지컬 공연장 규모와 맞먹는 1000석이었다. 이 법정으로 지난 2년 10개월 동안 변호사 400여 명, 증인 900여 명이 경찰의 삼엄한 보호를 받으며 출석했다. 판사들 역시 경찰의 보호를 받았다. 변호사와 증인, 피고인이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법정 주변에 화장실 32개를 만들었다.

    이날 중간 보스인 사베리오 라치오날레와 도메니코 보나보타 등 주범 4명에겐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다만 최고 보스 루이지 만쿠소는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어서 이날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

    마피아 활동을 뒤에서 도와준 정부 관계자 및 조력자들도 이날 단죄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법률 고문이자 상원 의원을 지낸 이탈리아 정계의 거물 잔카를로 피텔리는 조직원들의 뒷배를 봐준 혐의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 군사경찰대 중령을 지낸 조르조 나셀리도 2년 6개월, 전직 경찰관 미켈레 마리나로도 10년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번 재판을 통해 드러난 은드랑게타의 범행 내역은 과거 영화에서 묘사된 마피아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잔혹하고 무자비했다. 경찰이 조직원들을 도청해 취득한 파일 2만4000여 건에 따르면, 조직원들은 '늑대' '뚱보' '아가씨' '양다리' 등 별명으로 부르며 범죄 행위를 이어갔다. 대마 재배를 위해 도시 상수도를 전용하는가 하면, 공동묘지 예배당에 무기를 숨기고, 구급차에 마약을 실어 운반하기도 했다. 조직에 저항하는 주민이 있으면 강아지나 돌고래의 사체, 염소의 머리를 집 문 앞에 버리며 협박했다. 상점에는 쇠망치 공격을 가하고 차량에는 불을 질렀다. 사건 관계자 일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프랑스24는 "은드랑게타는 현지 경찰이 '가축 도둑' 정도의 잡범으로 취급하는 동안 급격히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수사 당국이 시칠리아 기반 마피아 조직의 소탕에 집중하는 동안 급격히 세를 불렸다. 조직원 2만명을 중심으로 유럽 코카인 유통량의 80%를 독점할 정도로 성장한 은드랑게타의 연매출은 600억달러(약 77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은드랑게타의 성장이 칼리브리아 지역의 낙후된 경제 상황과 맞물렸다고 지적한다. AFP에 따르면, 이 지역 청년 실업률은 27%로 이탈리아 전체에서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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