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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진 배상금 300만원…" 포항 시민들 소송 줄섰다

    대구=노인호 기자

    발행일 : 2023.11.22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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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인단 모집 5일만에 1만8000건

    2017~18년 두 차례 지진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시민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이후 포항이 술렁이고 있다. 지진 당시 포항에 주소지를 둔 시민이면 누구나 배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너도나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포항 시민들 사이에선 "요즘 2명만 모이면 소송 이야기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현숙)는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이 정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진을 한 차례 겪은 경우 200만원, 두 차례 모두 겪은 경우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의 지열 발전 사업으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21일 이번 소송을 주도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에 따르면, 판결 이후 이날까지 소송인단 모집 건수는 1만8000여 건으로 하루 평균 3600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다.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소송 문의 전화가 폭주해 사무실 대표전화는 하루 종일 연결이 안 될 정도"라며 "온라인 접수를 못 하는 어르신들은 직접 찾아오는데, 밖에서 60~70m씩 줄을 서야 해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천막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범대본을 통한 소송은 1인당 변호사비가 3만원. 1심대로면, 성공 보수 5%를 떼더라도 13만~18만원을 들여 200만~3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두 차례 지진을 겪었던 직장인 문모(46·포항 남구)씨는 "지진 당시 불안에 떨었지만 자연재해라고만 생각했었다"며 "이번 판결을 보고 아내와 아이 2명을 포함해 12만원을 주고 소송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지진 소송 때문인지 포항 곳곳의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주민등록초본 발급 건수가 급증했다. 주민등록초본은 소송을 제기할 때 필수 서류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남구 효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된 초본은 450여 건으로 판결 이전 하루 평균 70건보다 6배 이상 늘었다. 북구 죽도동 행정복지센터도 500여 건으로 5배 정도 증가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다른 민원서류보다 주민등록초본만 급증한 것을 보면 소송 때문인 것 같다"며 "민원 창구와 무인 발급기까지 포함하면 평소보다 5~10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아직 확정된 판결도 아닌데 너무 과열되는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에서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이고, 배상 금액이 적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고법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지진 등 재해에 대해 국가배상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향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1심 결과의 기대치로 소송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는 전체 포항 시민의 10분의 1 정도인 4만785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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