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43) 각자도생의 공기, 공동체의 공기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발행일 : 2023.11.21 / 여론/독자 A38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겨울이 왔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팬데믹 동안 잊고 지냈던 미세 먼지가 다시 극성이기 때문이다. 기상 예보관이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 먼지)'라는 말을 할 정도다. 한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초기 1년 동안 중국에서 사망한 사람보다 공기가 깨끗해지면서 목숨을 구한 사람이 더 많다는 분석도 있다. 눈에 안 띌 뿐이지, 한국에서도 미세 먼지로 매년 2만 명 이상 조기 사망자가 나온다. 유럽연합에서는 미세 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를 매년 24만명으로 잡고,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700만명 나온다고 추산한다.

    미세 먼지는 '먼지'처럼 형체가 모호한 존재다.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수치가 나오고, 어떤 모델과 시뮬레이션을 쓰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공장, 자동차, 가정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 그리고 중국발 미세 먼지라는 원인을 알지만, 이 각각의 비율은 알기 어렵다.

    정체가 불분명하고 통제하기 힘든 미세 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개개인은 마스크를 쓰거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대기가 오염된 상태에서 내 집에서만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앤드루 사즈(Andrew Szasz)는 오염의 시대에 오염원을 없애는 대신에 자신을 격리하는 방식으로 오염을 대체하는 것을 "역전된 격리"라고 불렀다. 유기농 음식을 사 먹거나, 생수를 먹고, 공기청정기를 두는 것이 이런 "역전된 격리"의 대표적 사례이다.

    과학기술학자 전치형은 나만 깨끗한 공기를 마시겠다는 태도를 "각자도생의 공기"라고 하면서,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공동체의 공기"를 제시했다. 공기는 공공재이며, 여기에는 누구나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공기를 만들고 지켜야 한다는 당위가 포함된다. 미세 먼지가 유독 심한 이번 겨울, 각자도생의 공기를 넘어 모두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동체의 공기를 확보하기 위한 실천을 고민할 때이다.
    기고자 :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6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