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크리스마스 연인 찾아… 절로 간 솔로 남녀

    박혜연 기자

    발행일 : 2023.11.21 / 종합 A2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2030세대 위한 이색 템플스테이

    "올해는 솔로 크리스마스가 싫어 템플스테이 왔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템플스테이관. 회색 조끼와 남색 바지의 법복(法服)을 입은 남녀 20명이 3분씩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의 이상형을 밝혔다. 한 남성 참가자는 "음주도 안 하고 계획적인 편이라, 여성분 몸만 오시면 데이트 코스는 다 책임지겠다" "주 4일제 근무라 연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곧바로 '1대1 매칭'이 이어졌다. 잠시 망설이던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과 짝이 되려고 달려갔다. 짝이 된 남녀는 수줍게 웃으며 손을 마주쳤다. 이들은 "취미가 100대 명산 등반이다" "매운 걸 잘 못 먹는다" "개미 투자자다" 등 서로의 얘기를 하며 웃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지난 18일부터 1박 2일간 20~30대 남녀를 대상으로 '만남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를 개최했다. 만남 템플스테이가 조계사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 관계자는 "전화 문의와 신청만 1600건 이상 들어와 이틀 만에 신청 마감됐다"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남녀 각 10명을 선발했다"고 했다. 참가자 나이는 28세부터 37세로 공무원, 경찰, 개발자, 교사 등 다양했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다수 참가했다. 이번 템플스테이는 최근 화제가 된 연애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남성 참가자 원종훈(32)씨는 "템플스테이에서 사랑을 찾으려고 충북 오송에서 KTX로 약 100㎞를 달려 서울에 왔다"고 했다. 원씨는 "거리 때문에 망설였지만, 대화 코드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신청했다"며 "장거리라는 게 무색할 만큼 좋은 남자 친구가 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비서로 일하고 있는 최연소 여성 참가자 김모(28)씨는 "20대 초반부터 집에서 회사만 오가는 루틴이 반복돼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며 "평소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만날 기회가 없어 신청했다"고 했다.

    참가자들이 템플스테이를 선택한 건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여성 참가자 손모(29)씨는 "회사만 다니다 몇 년 만에 낯선 이성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는데 차분하게 상대의 됨됨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며 "1박 2일 동안 가까워지니 크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남성 참가자 황모(30)씨도 "소개팅이나 미팅은 무조건 서로와의 연애를 전제로 하다 보니 오히려 부담스러워 꺼리게 됐다"며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고 좋은 인연과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고 했다.

    만남 템플스테이는 보건복지부의 '저출산 고령 사회 대비 인구 개선 사업'으로 추진됐다. 재단 관계자는 "미혼 남녀의 건강한 만남을 권장하고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고즈넉한 환경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템플스테이를 접목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저출산 관련 교육을 듣고, 불교와 접목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조계사의 진신사리탑 주위를 돌며 소원을 빌기도 했다. 저녁 공양 때는 불교식 채식 비빔밥을 먹었다고 한다. 한 남성 참가자는 "가족의 건강을 빌며 좋은 인연을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싶다고 빌었다"고 했다. 원래는 종교가 없었지만 이번 스테이로 불교 자체에 매력을 느끼게 돼 조만간 또 템플스테이를 오고 싶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튿날 아침인 19일 오전, 참가자들은 스님과 차담을 나누기 위해 다시 모였다. 전날 어색했던 분위기와 달리 남녀는 자연스럽게 섞여 앉았다. "어제는 잘 잤냐"는 등 웃으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스님은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라는 시를 낭송했고, 참가자들은 사랑과 인연에 대해 고민하는 차담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옆에 앉은 이성과 손을 잡고 명상했고, 술 대신 서로의 잔에 차를 따라주며 약과를 먹여줬다.

    남성 참가자 홍모(34)씨는 "불교도 아니고 템플스테이 자체를 처음 해보지만 프로그램이 알차서 주변에 강력 추천할 생각"이라며 "절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은 건 물론, 호감 가는 이성과 오래 알고 지낼 인연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모씨는 "호감을 느껴 사석에서 대화를 좀 더 해보고 싶은 사람도 있었고 참여자들과 전부 연락처를 교환해 앞으로도 종종 '정모'를 갖자고 했다"며 "좋은 인연을 많이 알게 돼서 뿌듯하다"고 했다. 조계사 측은 만남 템플스테이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고자 : 박혜연 기자
    본문자수 : 217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