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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이 만난 사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김윤덕 선임기자

    발행일 : 2023.11.20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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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까지 방통위 마비시키려는 폭주… 가짜 뉴스 방치하면 그게 탄핵 대상

    이동관은 거침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재발의를 예고했으나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걸핏하면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거대 야당의 폭주가 민심의 탄핵을 받을 것"이라고 맞섰다. 취임사에서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마저 병들지 않은 게 없으니 당장 개혁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정약용의 '경세유표'를 인용해 대대적인 공영방송 개혁을 예고했던 그다.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억지로 탄핵 사유 만들지 말고 이동관의 방통위를 총선까지 마비시키려는 게 목적이라고 솔직히 말하라"고 했다.

    진영 나팔수 된 공영방송 개혁이 죄?

    ―민주당은 왜 이리 집요하게 이동관 탄핵을 밀어붙일까.

    "진영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을 바로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동관을 '언론 장악 기술자'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내가 언론을 장악했으면 적폐 청산 대상으로 뭐든 하나 걸려들었어야 하지 않나. 오히려 PD수첩이 촉발한 광우병 파동, 미네르바 사건, 그리고 현직 판사가 국가 원수를 가카새키 짬뽕이라고 모독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졌는데 무슨 언론 장악인가. 문재인 정권의 KBS에서 강규형 이사 쫓아낼 때처럼 홍위병들 동원해 학교로, 교회로 찾아가 난동 부리고 망신 주는 정도는 돼야 언론 장악 아닌가."

    ―'기울어진 언론 지형을 바로잡겠다'는 말 때문 아닐까.

    "왼쪽으로 기운 운동장을 오른쪽으로 기울게 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냥 평평하게 하겠다는 거다. 언론 장악이 아니고 언론 정상화다. 나도 기자 출신이다.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누가 막을 수 있나."

    ―탄핵 사유가 5가지나 된다.

    "그중 한 가지도 위법하지 않다. 민주당은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중대 사안을 결정한다고 문제 삼았지만, 방통위설치법 어디에도 2인 위원회가 의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 또, KBS 사장이 불법 선출되는 걸 방치했다는 것도 사유로 올렸던데, 방통위가 KBS 이사회의 사장 선출에 관여하면 그게 탄핵 사유다."

    ―그래도 2인 방통위는 기형적이다. 야당 몫 상임위원으로 추천됐던 최민희를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였나?

    "그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다. 그리고 최민희에겐 여러 결격 사유가 있었다. 우선 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지낸 점이다. 방통위설치법에는 임명 전 3년 이내에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했던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이해 충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절차상 문제다. 관례상 여야 합의로 추천하게 돼 있는 상임위원을 민주당 단독으로 추천했다."

    ―법적 근거 없이 가짜 뉴스를 심의 단속했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지금 전 세계가 가짜 뉴스 단속에 나서고 있다. EU는 '디지털 서비스 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일본과 브라질도 가짜 뉴스 방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조작 사건처럼 가짜 뉴스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지지율이 4~5% 출렁였다. 그야말로 깻잎 한 장 차이(0.73%p) 대선 아니었나.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가짜 뉴스를 단속하지 않는 것이 탄핵 사유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가짜 뉴스로 탄압하려는 의도라고도 주장한다.

    "우리가 규제하려는 가짜 뉴스란 청담동 술자리, 뉴스타파 인터뷰 조작처럼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정치적·상업적 목적으로 퍼뜨리는 허위 조작 정보다. 카카오 다음의 축구 응원전 여론 조작 사건으로 구성된 범부처 TF가 가짜 뉴스 근절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짜 뉴스 유통의 온상인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제화할 것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검토 중이다."

    방송법 통과는 대국민 사기극


    ―손준성·이정섭 검사도 탄핵소추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해 사법 행위를 방해하는 범죄다.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의 남용이다. 위장전입했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면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탄핵당할 것이다."

    ―국회를 탄핵할 방법 없냐고 묻는 국민도 있긴 하다.

    "현재 할 수 있는 건 선거라는 민심의 탄핵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87년 체제의 모순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한다."

    ―87년 체제의 모순이라면?

    "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사라졌다. 반면 3선 개헌 때 박정희 대통령이 국회의원들 회유하려고 도입한 의원·장관 겸직제도는 그대로 뒀다. 국회가 자기네 불리한 건 없애고 권한만 계속 늘려왔다. 대통령도 탄핵하는 시대 아닌가. 그렇다면 대통령에게도 국회해산권을 돌려줘야 한다."

    ―대통령 권력은 제왕적 아닌가.

    "탄핵 정치로 국정이 마비되는 건 어쩔 건가. 최장집 선생이 말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위기'다. 붕당, 도당으로 전락한 정당 민주주의의 붕괴다."

    ―방송법은 왜 문제인가.

    "한마디로 좌편향 방송을 영속시키겠다는 법안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해온 공영방송 이사진 11명을 21명으로 늘려 언론 관계 단체와 시청자 위원회 등에서 다양한 이사진을 추천받겠다는 것 아닌가?

    "늘어나는 이사진 10명을 좌파 성향 언론 관계 단체와 시청자 위원회가 추천한다. 심지어 언론 단체 3곳 중 1곳은 주무 관청의 설립 허가도 받지 않았다. 그들이 어떤 대표성이 있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이사가 될 수 있나. 문재인 정부 때도 이 법을 관철하지 않았다. 대통령 인사권을 제약한다는 이유였다. 다양성으로 포장한 대국민 사기극이다."

    수신료란 毒이 낳은 KBS 방만 부실 경영

    ―KBS 박민 사장의 부임 직후 9시 뉴스 앵커 등 진행자들을 교체한 바람에 시끄러웠다. 배후에 이동관이 있다고 한다.

    "생각은 자유다. 중요한 건 KBS는 방만 부실 경영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공기업 중 최악이다. 그 원인이 수신료라는 독(毒)이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수신료로 먹고살 수 있으니 자기 혁신을 안 한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이다, 50%가 먹고 논다는 말들은 과장됐다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공영방송은 당연히 개혁해야 한다. 전기료에 병합한 수신료 100% 징수는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시청자들과 작별 인사할 시간은 줬어야 하지 않나.

    "문 정권에서 꽹과리 치며 쫓아낸 사람들이 그런 말할 자격 있나. 후안무치다."

    ―사장이 바뀌니 '윤땡 뉴스'만 나온다고 조롱하는 시청자도 있다.

    "박장범 앵커가 KBS의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사과할 때 눈물 흘렸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정권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공정하게, 비판할 건 하면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지키라는 거다. 대통령이 일장기에 경례하는 것처럼 보이게 조작한 KBS다. 영국 BBC였으면 사장부터 총사퇴했을 일이다."

    ―구조 개혁은 어떻게 진행될까.

    "박민 사장이 이미 임원들 임금을 30% 반납하게 했고, 명예 퇴직도 신청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KBS2도 광고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 있다. 수신료 받는 방송이 막장 드라마로 경쟁하면 되겠나."

    ―노조의 저항이 크지 않을까?

    "예전 같으면 출근 저지 투쟁을 했을텐데 이번엔 조용하지 않은가. 그들도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KBS가 문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 과방위원들이 KBS2의 민영화 방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박민 사장은 방송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우려를 듣는다.

    "대통령은 방송계 내부 인사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셨다. 카르텔을 깨려면 외부의 칼이 필요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이 교체되는 소란은 언제까지 봐야 하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형이라면 교체될 일 없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진영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면 그건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

    큰 거짓말일수록 잘 속는다

    ―사실 일반 국민은 방송법이나 탄핵의 내용을 자세히 모른다.

    "탄핵 정치를 보면서 '큰 거짓말일수록 잘 속일 수 있다'는 괴벨스의 큰 거짓말 이론(Big Lie Theory)을 떠올렸다. 국민도 처음엔 탄핵이 웬 말이냐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탄핵하나, 하면서 그 정당성 여부는 잊는다. 한 장관처럼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대응했어야 했다(웃음)."

    ―민주당을 설득하는 노력은 안 하나?

    "민주당이 총선이라는 큰 그림을 갖고 밀어붙이기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하다. 예산만 해도 20%를 깎았다. 의결을 위한 부대 조건도 내걸었다. 가짜 뉴스 심의 중단하라, 공영방송 이사 해임 소송 다 중단하라…. 그런데 무슨 대화를 하겠나."

    ―탄핵이 의결되면 방통위는 어떻게 되나.

    "업무 마비다. 당장 11월 말 MBN을 시작으로 지상파 3사, YTN, 연합뉴스TV 등에 대한 재승인 재허가 절차가 중단돼 각 방송사가 무허가 불법 방송을 하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네이버·구글에 대한 조사 및 과징금 처분이 중단되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가짜 뉴스 범람으로 인한 여론 왜곡도 막을 수 없다.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징수 등 OTT 현안도 많고, 해외 미디어 자본에 맞서 우리 콘텐츠를 어떻게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것인지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탄핵 정국에 갇혀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정계로 온 걸 후회하지 않나?

    "수처작주(隨處作主). 새로운 광야에 가면 새로운 경지가 열린다(웃음)."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의 입'으로, '원조 핵관'으로 활약한 때가 전성기일까?

    "나는 늘 지금 이 순간이 전성기이자 인생의 절정이라고 생각한다."

    ―탄핵 정국에서도 그런가?

    "민주당 덕분에 내가 머리털 나고 가장 유명해졌다(웃음). MBC는 청문회 때 나와 관련해 6꼭지씩 보도하더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그게 내 인생 철학이다."

    ☞이동관

    1957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동아일보 도쿄특파원,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낸 뒤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에 합류,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를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로 일하다,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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