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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한글 점자 '훈맹정음'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발행일 : 2023.11.20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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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에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이 있다면 11월에는 점자의 날(4일)이 있다. 우리가 쓰는 문자에는 한글뿐 아니라 '훈맹정음(訓盲正音)'에서 시작된 한글 점자도 있다. 제생원 맹아부(현 국립서울맹학교)에서 근무하던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 송암 박두성 선생이 1926년 11월 4일 반포한 훈맹정음은 우리 고유의 점자 체계였다. 크고 작은 수정을 거쳐 지금의 한글 점자 규정으로 정비됐다. 점자의 날은 이를 기념하는 날이다. 한글 점자의 관점에서 비장애인이 쓰는 원래 한글은 '묵자(墨字)'라고 한다.

    한글과 훈맹정음은 한반도에서 출현한 고유의 문자 체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둘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한글은 그 뼈대가 정해져 있을 뿐 자유롭게 살을 붙인 서체 디자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점자인 훈맹정음은 뼈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식별이라는 근본 기능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디자인'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한글 점자는 한 칸 안에서 가로 2개, 세로 3개의 점 6개의 요철로 자모(字母)를 표현한다. 현 시점에서 최선의 체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서체 변형은 불가능할지라도 다른 문자에 없는 한글만의 특징을 통해 더욱 개선할 수는 없을까.

    그중 하나가 '글자틀'의 차이다. 한글 폰트는 크게 초·중·종성 모두가 가상의 네모틀 안에 들어가는 서체와 네모틀 안에 초·중성만 넣고 받침을 아래쪽에 붙이는 서체로 구분된다. 받침을 따로 붙이는 후자의 경우 받침이 있는 글자와 없는 글자는 높이가 다르다.

    6점의 틀이 일정하게만 진행되는 점자에 이 원리를 적용하면 손가락을 짚었을 때 받침이 있는 글자와 받침이 없는 글자가 한 번에 구분되어 식별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한글만이 아니라 한글 점자에도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시력 상실은 예고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가 무거운 짐을 든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하듯, 정보의 차별을 최소화하는 점자에 대한 관심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기고자 :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4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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