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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 그림이 5면 스크린에… 거장의 목소리로 듣는 60년 작품 세계

    허윤희 기자

    발행일 : 2023.11.20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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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비싼 생존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기획 참여한 몰입형 전시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림이야말로 저의 천직이라고 생각하면서 60년 동안 계속 그렸습니다."

    꽃과 나무 이미지로 가득 찬 스크린 너머 '살아 있는 가장 비싼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6)의 육성이 울려퍼진다. 그의 손이 슥슥 움직일 때마다 수선화가 피어나고, 정원에 벚꽃이 피고, 연못 위로 비가 내리는 대자연의 봄이 생동하는 그림으로 재탄생하며 화면을 꽉 채운다.

    호크니가 직접 참여한 몰입형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비거 앤 클로저(Bigger & Closer)'가 화제다. 지난 1일 서울 고덕동 '라이트룸 서울'에서 막을 올린 이 전시는 올해 2월 영국 런던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을 국내로 들여온 것. 가로 18.5m, 세로 26m, 높이 12m 규모의 전시장에 사방 벽면과 바닥까지 5면 스크린으로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펼친다. 27대 프로젝터와 1500개 이상 스피커에서 뿜어나오는 영상과 음향, 조명이 어우러져 관람객들은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동안 몰입형 전시는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등 작고한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미디어로 재구성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전시는 생존 작가가 기획에 참여해 내레이션으로 작품을 직접 설명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리처드 슬래니 라이트룸 런던 CEO는 "4년 전 호크니에게 이메일로 전시를 제안했고 그는 기술 융합이라는 아이디어에 매료됐다. 전시는 이후 3년간 호크니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 결과물"이라며 "기존에 있던 작품을 그대로 벽면에 쏜 게 아니라 작가와 함께 새로운 작품으로 승화시킨 전시"라고 했다.

    호크니는 하나의 사조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매체를 실험해온 우리 시대의 거장이다. 2018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972년작 '예술가의 초상'이 약 1019억원에 낙찰돼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회화와 드로잉, 사진 콜라주, 오페라 무대 디자인, 아이패드 그림까지 다매체 경계를 넘나든 그에게 몰입형 전시는 또다른 도전이었다.

    전시는 '원근법 수업' '호크니, 무대를 그리다' '도로와 보도' '카메라로 그린 드로잉' '수영장' '가까이서 바라보기' 등 6개 주제로 구성됐다. 작업의 실험과 과정, 각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가 실제 작품 이미지와 함께 이어지며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하늘색 수영장 그림에선 사방으로 파도치는 물결이 솟아오르고, '트리스탄과 이졸데' '마술피리' 등 오페라 무대와 함께 아리아가 울려 퍼질 때는 실제 오페라 극장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53분짜리 영상이 하루 11회씩(수~토요일은 13회) 연속 상영되는 시스템이지만, 영화와 달리 상영 시작 시간을 맞출 필요는 없다.

    평론가들의 반응은 찬사 일색은 아니다. "호크니의 새 작품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고, 정통 미술 전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열광한다. 소셜미디어에는 감상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광활한 화면, 생생한 호크니의 음성으로 시간 가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뒷면과 바닥까지 투사하니 스크린 엑스 영화보다 더 압도적"이라는 소감부터 "관람 위치나 높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자리를 옮겨가면서 보시라"는 조언도 있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와 메타버스 전문가인 구준회 알타바그룹 대표가 공동 설립한 에트나컴퍼니가 영국 런던에 있는 몰입형 전시장 라이트룸 런던의 기술과 시설을 그대로 가져와 고덕동에 라이트룸 서울을 개관했다. 도형태 대표는 "작가가 직접 참여해 그리는 과정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몰입형 전시와는 다르다"면서 "고령에도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만들어나가는 거장이 놀라웠다"고 했다. 내년 5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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