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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또 선거철 댓글 장사

    안상현 기자

    발행일 : 2023.11.20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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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댓글에 댓글 계속 달게 바꿔
    '드루킹 여론 조작' 재발 가능성

    네이버가 뉴스 댓글 서비스에 '답글의 답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댓글 작성자 간 의견 교류를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여론 조장에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 이후 댓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온 네이버가 내년 4월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새 댓글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댓글 전쟁을 부추겨 클릭 수를 높이려는 속내'라는 비판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16일 뉴스 서비스 안내 공지 사항을 통해 "이제 특정 답글을 지정해 '답글의 답글'을 작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네이버에선 뉴스 기사 댓글에 답글을 달 수는 있었지만, 답글에 추가로 댓글을 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댓글에 아이디 일부를 적는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나타냈지만 어느 글에 대한 댓글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네이버 댓글에 달린 답글에서 특정인을 지목해 답글을 다시 다는 것이 가능해졌고, 어떤 글에 대한 답글인지 원문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네이버의 이번 뉴스 댓글 서비스 개편에 대해 X(옛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한 게시글에 지속적으로 답글이 이어지는 형태로 바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댓글의 소통과 커뮤니티 기능을 더욱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불과 3일 만에 네이버 댓글 창의 갈등은 이전보다 훨씬 심각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특정 글에 댓글과 답글이 계속 달리면서 과거 네이버가 없앤 '베스트 댓글'이 부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도 분석 기사는 댓글을 단 네티즌의 정치적 성향을 비판하는 답글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X에서 댓글과 답글이 많은 글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네이버 댓글 서비스도 답글이 많은 글에 사람이 모여서 여론이 편향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원하는 댓글을 특정 세력이 댓글 창 상단으로 끌어올리던 '좌표 찍기'가 다시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댓글 기능 강화는 지금까지의 추세와 상반된 움직임이다. 네이버는 지난 2020년부터 연예 기사와 스포츠 기사에 대한 댓글 창을 모두 차단했다. 설리·구하라 등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연예인과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잇따라 자살하거나 고통받자 악플러들이 인신공격만 일삼던 댓글 공간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여론의 척도로 여겨지던 '실시간 검색어(실검)' 역시 특정 세력에 실검이 조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난 2021년 2월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뉴스 댓글 기능을 강화한 것은 결국 트래픽 장사를 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는 이미 올 상반기 실검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가 후퇴한 전력도 있다.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4월 나란히 '키워드 추천' 서비스 도입에 나섰다. 인공지능(AI)이 뉴스·블로그·카페에서 단기간 자주 언급되는 주제를 뽑아 이를 이용자에게 보여주겠다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유사 실검'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네이버는 이번 뉴스 댓글 기능 강화에 대해 "AI 기반의 클린 머신이 욕설이나 비하를 걸러내고, 이용자당 댓글과 답글(대댓글 포함) 작성 수가 각각 20개와 40개로 제한돼 있다"며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털 댓글을 사용한 지 15년이 됐는데, 공적인 담론을 형성하기보다 여론을 호도하거나 감정의 쓰레기 배출구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며 "사실상 상위 5%가 대부분의 댓글을 쓰고 있다 보니 댓글 강화가 과연 사회적으로 이득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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